발자국이나....
찍어봅니다...
by 감사합니다 | 2008/08/27 19:05 | 트랙백 | 덧글(8)
동해지킴이

 




















by 감사합니다 | 2008/05/06 14:29 | 트랙백 | 덧글(2)
북21




by 감사합니다 | 2008/04/07 20:44 | 트랙백 | 덧글(2)
hg
보태기: 사진 현상하면 한번씩 내가 좋아라 하면서 하는 일이 있는데, 그건 사진을 4*6사이즈 유테로 현상해서(유테로 현상하는 이유는 좀 더 엽서처럼 보이라고^^) 뒤에다가 짧게 안부를 묻는 메모를 적거나, 생일축하카드 등을 줘야할 때 뒤에 축하멘트를 적어서 엽서용 봉투에 넣어서 지인에게 건네주는 것이다. 여행지 등에서 찍은 풍경사진을 이렇게 현상해서 메모를 적어주면 시중에서 파는 엽서나 카드보다 이쁘고, 하나 밖에 없는 made by me 이니 더욱 의미있게 느껴져서, 주는 나도 받는 사람도 기분 좋으니, 한번쯤 사용해 보면 좋은 방법일 듯하다.^^
by 감사합니다 | 2007/09/07 03:50 | 트랙백 | 덧글(0)
겨울나그네
아트필름속으로!! 두번째!!-색다른 스페인 영화 <연애의 기술>시사회

비록 삼류영화관에서 동시상영으로 봤지만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리며 감상했습니다.
그런 날 이해할 수 없었고 그 이후로도 영활보면서 그런 적은 한번도 없네요.
그때 이미 내 스산한 삶을 예견하고 있었나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은 많이 망가져 코믹하게 나오는 강석우의 젊었을 때의 모습이 궁금하신 분은 찾아보세요.
나 만큼은 아니더라도 재미나게 보실 수 있을겁니다.
다음에
야놀자라는 카페가 있덥니다.

'삼국지' 만화에 얽힌 추억(1/5)



  최근 '악양루' 게시판에서 한 독자분으로부터 질문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에게 <삼국지>를 선물하고 싶은데, 그 많은 삼국지들 중에서 도대체 어떤 책을 사 주면 좋겠냐는 말씀이셨습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www.aladdin.co.kr)'에 들어가 '삼국지'란 키워드로 검색을 해 봤습니다. 오 세상에! 무려 417권이나 나오는군요... 물론 이중에는 '영어회화삼국지'나 '21세기 전략 삼국지'류의 책들도 있지만 말입니다. 지금 절판된 책들까지 모두 더한다면... 이 정도라면, 독자들께서 혼란을 느끼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아, 삼국지, 삼국지!
  어린 시절부터, 그보다 더 진한 흥미와 가슴떨림을 지니고 읽었던 책이 있었던가...
  <삼국지>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추억을 되새겨보면, 아주 오래 전으로 올라갑니다. 70년대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소년잡지는 단연 '소년중앙'이었습니다. 길창덕의 '꺼벙이', 신문수의 '우리집 콩돌이', 박수동의 '번데기 야구단', 이두호의 '바람처럼 구름처럼', 이우정의 '모돌이 탐정'... 숱한 '추억의 만화'들을 연재만화 또는 부록으로 내던 잡지였습니다. 부록은 '어린이중앙'과 보통 3권 정도의 얇은(64매 정도) 만화부록으로 구성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두호씨 이름으로 나오던 '도전자 하리케인'과 '챔피언 하리케인'(사실은 일본만화 '내일의 조')가 끝나자, 새로 부록으로 나온 만화는 바로 '만화 삼국지'였습니다. '김소중'이란 작가가 그린 것으로 돼 있었습니다. ('게타 로보'의 후속편이었던가?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합니다.) 아마 저는 당시 유치원 정도 다니고 있었을 것입니다. 첫회부터 웬 옛날옷을 입은 남자(유현덕)가 도둑떼를 피해 달아나는 얘기가 펼쳐졌는데, 한회 두회를 거듭하면서 이상하고도 기묘한 재미가 느껴졌습니다. 특히 제후들이 동탁군과 싸우는 대목에선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관우(關羽)가 화웅(華雄)의 목을 베고 "아직 술이 식지 않았군"이라는 거친 말투를 내뱉는 장면엔 밑바닥 감정까지 사로잡는 '뭔가'(아우라?)가 있었다고나 할까요. 손견(孫堅)이 옥새(玉璽)를 얻은 뒤 원소와 칼을 뽑으며 제장(諸將)들과 함께 대치하는 장면에선 어떤 만화영화나 인형극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긴장감이 펼쳐지더군요. 그 만화는 곧 본지로 옮겨져 중간중간 건너뛰다가 이내 연재가 중단됐습니다. 아마 여포(呂布)가 죽고 손책(孫策)이 강동을 차지하는 대목이었을 것입니다. 어린 마음에도 참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젠 책으로 읽어야겠다...

  훨씬 세월이 지난 뒤, 저는 그 '소년중앙 부록 만화 삼국지'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일본 만화가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가 18년에 걸쳐 그렸다는, 장장 60권에 달하는 대작의 '비공식 축약 한국판'이었습니다.(이 사람은 1992년에 나온 일본 애니메이션 <자이언트 로보>의 원작자로도 돼 있군요) 이미 80년대 말에 전권이 우리나라에서 출판돼 좀 오래된 만화가게에 가면 볼 수
있고, 가끔 '만화전략삼국지'라는 이름으로 월부책 신문광고에서 끼워팔기용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90년대 초엔 우리나라 TV에서 방영되기도 했지요... 어찌 <마징가 Z>가 일본만화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에 비교하겠습니까마는, 삼국지까지 일본 만화를 베꼈다는 충격도 상당히 오래 갔습니다.

  가만히 기억을 되살려 살펴보니, 장비(張飛)의 캐릭터가 일본 만화에서는 '털보아저씨' 캐릭터(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에 가까운 반면, '김소중'씨의 만화에선 우리에게 친숙한 '밤송이 수염'의 캐릭터로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또 원작에서 동탁(童卓)이 호리호리한 체구로 그려진 반면, 한국판에선 삼국지 원본에 나오듯이 뚱뚱한 체구로 바뀐 것, 또 원소(袁紹)는 역시 김소중씨 이름으로 연재되던 <태풍을 쳐라>(이것 역시 일본만화를 베낀 작품이었습니다)에서의 주인공 아버지 얼굴로 바뀌어져 있던 것이 기억에 남는군요. 그 외에 잔인한 장면들을 많이 순화시켜 놓았고(사람 몸에 꽂힌 칼이나 창을 '점선'으로 그렸습니다) 중간중간 빼먹고 연재한 것이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까요.

  물론 원작 만화도 문제가 많습니다. 나관중(羅貫中) 원작으로 돼 있는 원본이 아니라 일본 작가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가 근대소설풍으로 다시 쓴 작품을 저본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죠. 또 의상과 건축, 갑옷과 무기 등의 고증에서 의문이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유비(劉備)와 조조(曹操)를 너무 '예쁘게' 그려놓아 인물의 성격 파악을 상당히 방해하는 부분도 거슬립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엄청난 작품이라는 점은 틀림없죠. 무엇보다 '삼국지'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모두 그림으로 옮겨놓았기 때문이죠. 제가 보기에 아직까지 이 작품을 능가하는 '만화 삼국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소년중앙'에 이 만화가 연재될 당시에 '삼국지'라는 만화가 또다른 소년잡지에 연재되고 있었습니다. 소년중앙과 같은 '메이저' 잡지는 아니었습니다만, '울트라맨'(아, 울트라맨!)과 같은 좀 거친 톤의 일본만화를 연재(물론 당시엔 일본만화인줄도 몰랐죠)해서 일부 '컬트'팬들의 사랑을 받던 '마이너' 잡지 '소년세계'였습니다. 그때 소년잡지는 '소년중앙'과 '어깨동무', '새소년'과 이 '소년세계' 네 종류였습니다. 곧 '소년세계'는 폐간되고 다른 출판사에서 '소년생활'과 '소녀생활'을 창간하게 되지요. 물론 '교양 소년잡지'라고 할 수 있는 '소년'이 만화라고는 박수동의 '솔봉이의 세계여행' 정도만 연재하며 '고급 독자'에게 어필하고는 있었지만, 문방구에선 팔지 않았습니다.

  '소년세계'에 연재되던 삼국지 만화는 일본 만화와는 상관이 없다고 여겨지는(그런데 최근에 이 만화의 원작자가 70년대 '새소년'에 '대야망'을 그리면서 역시 일본만화 '가라데 바카'를 상당부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약간 의심이 가긴 합니다만) 우리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그 작가는? 바로 고우영(高羽榮)이었습니다.

  여기서 '일간스포츠'에 연재되다가 단행본으로 출간됐던 '고우영 삼국지'를 떠올리실 분들도 많겠지만... 그보다 훨씬 먼저 그린 작품입니다. 나중 신문연재본이 이미 고우영씨가 만화체로 기울어진 뒤의 '개그' 만화라면, 이 소년세계 연재본은 아주 다이내믹한 극화체로 그려져 있습니다. 제가 소년세계의 이 작품을 보았을 땐 이미 연재가 거의 끝나가던 때였는데, 관우의 혼백이 옥천산(玉泉山)을 찾아가 보정(普靜) 스님에게 '내 목을 돌려주오'라고 절규하는 대목과 여몽(呂夢)이 잔치중에 피를 토하고 죽는 장면에선 귀기(鬼氣)가 느껴질 정도더군요. 정말 온몸을 부르르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작품은 70년대 말에 다섯 권짜리 단행본(노란색 장정)으로 출간된 적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잊혀진 만화가 돼 버렸습니다. 일간스포츠 연재본의 영향력이 워낙 컸기 때문이었겠죠. 서점, 도서관, 만화 대여점, 도매상... 어디에서도 다시 찾아볼 수 없으니, 참으로 한국만화의 비극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찌 이 작품뿐이겠습니까. 아, 70년대부터 선견지명이 있었더라면 만화사에 빛나는 '걸작' 만화들을 꼼꼼히 모아놓았을 텐데! 고우영씨의 '일간스포츠 연재본'은 많이들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특유의 유머, 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독특한 구성력... 특히, 장비의 캐릭터를 너무나 인간적으로 살려내고, 유비를 어딘가 음험한 구석이 있는 인물로 묘사한 점, 그리고 군데군데 출현하던 '야한' 장면들이 신문매체의 특성상 심의를 거치지 않고 등장해서 많은 독자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누군가가 한 권씩 학교에 가져와, 선생님 몰래 돌려읽으며 즐거워하던 기억도 새롭군요...

  조조를 야비하면서도 긍정적인 인물로 묘사한 것은 80년대 초반을 살아가던 사람들의 속물근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어쨌든 당시의 분위기는 '흥부와 유비는 나쁜 놈, 놀부와 조조는 좋은 놈'이라고 뒤집어 놓는 것이 진리처럼 여겨질 때였으니까요.

  그러나... 역시 지금 보면 고증 문제에서 엉터리가 많고, 도입부는 요시카와의 작품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눈에 띕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호흡이 가빠져, 마지막은 거의 '졸속' 수준이 된 점도 아쉽습니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한 만화가 우리 만화사에서 어디 그리 많았겠습니까? 나름대로 뛰어난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지금도 서점에 '고우영 만화 대전집'이라는 검은색의 장정본이 남아있습니다만, 심의가 매우 까다로웠을 때 나온 작품인지 전편에 걸쳐 숱한 '난도질'을 당한 상태입니다. 원본 특유의 재미는 거의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석출판사에서 나왔던 10권짜리 단행본이 신문연재본을 거의 훼손하지 않고 실었었는데... 지금은 역시 찾기 힘듭니다. 소장하고 계신 분도 있겠지만. 이 '고우영 삼국지'는 김청기 감독에 의해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2편까지 나왔습니다만... 비디오도 남아는 있습니다만, 일부러 찾아보실 것까지야... 70∼80년대 한국 애니메이션이 다 그랬죠, 뭐.

  이외에도 많은 종류의 '만화 삼국지'가 있었습니다. 최초의 애니메이션 <홍길동>을 제작했던 신동헌 화백(대단한 클래식 매니아시죠)의 동생인 고 신동우 화백이 '삼국지'를 그렸다고 합니다만,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의 일이라 보지는 못했습니다. '삼국지'를 그린 만화가들은 대개 의욕적으로 시작하지만 그 엄청난 스케일에 압도당해 중도에서 흐지부지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두호씨도 그 한 예죠. 80년대에 한 잡지에 연재하다가 제후군의 동탁 토벌이 끝나는 대목에서 중단했습니다. 특유의 고전적인 펜 터치가 색다른 맛을 냈었는데, 아쉬웠습니다. 최근엔 정훈이씨가 특유의 위트로 '트러블 삼국지'를 한 만화잡지에 연재하다 중도포기,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현재 '신의 아들'로 유명한 박봉성씨가 50권 분량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몇 권을 내놓은 상태입니다만... 웬지 오래 읽으니 눈이 좀 아프더군요. 하지만 전작(全作)이 완성돼야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가 있겠죠.

  요즘 만화방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작품으로, 재일교포로 알려진 스토리작가 이학인(李學仁)이 글을 쓰고, 아마도 중국계 일본인인 듯한 왕흔태(王欣太)가 그림을 그린 '창천항로(蒼天航路)'가 있습니다. 조조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인데, 정말 지독하게 재밌습니다! 고증도 섬세하고 그림도 뛰어납니다... 마는, '삼국지'와 소재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만화라고 보아야겠죠. 기존의 삼국지와 완전히 다른 스토리도 많습니다.(그런데 국내 번역본은 왜 상당히 야한 장면에서 뜬금없이 '아... 조조 그는 천하를 평정할 것인가?' 같은 엉뚱한 글자가 튀어나와 '글자로 그림을 가리는' 일이 일어나는지... 이런다고 독자가 모를 것 같습니까?)

  아무튼, 다시 제 얘기로 돌아와서, 소년중앙에 만화 삼국지 연재가 끝난 뒤에 전 닥치는대로 '책으로 된' 삼국지를 구해 읽기 시작했습니다. 계몽사 삼국지, 계림문고 삼국지, 조풍연 삼국지(앞부분은 요시카와, 뒷부분은 월탄), 가족 삼국지(아리랑사)... 급기야 성에 안 차 아버지 서재에 있던 다섯권짜리 '월탄 박종화 삼국지'를 꺼내 읽게 됐습니다! 그때가 국민학교 3학년 때. 그로부터 지금까지 전 '삼국지'를 한 40번정도 읽은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는 '삼국지 게임'이라는 주사위 놀이까지 개발했었는데, 몇 년 지나니 'PC용 게임'이 나와버려 눈물을 머금고 폐기처분한 적도 있습니다.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인 셈입니다. <삼국지>의 주요 번역본을 비교해서 가장 읽을만한 작품을 추천할 목적에서 쓰기 시작한 글인데... 엉뚱하게도 만화 얘기를 하다가 글이 사정없이 늘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음 얘기, "삼국지, 어떤 책을 읽을까?"는 곧이어 게시판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유석재 드림 karma@chosun.com



삼국지, 어떤 책 고를까 (2/5)


  '삼국지' 이야기 두 번째입니다.

  <삼국지>처럼 한 작품에 대한 번역본과 각색본이 숱하게 많은 작품도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유독 삼국지만은, 번역하는 분들이 단순 '번역'에만 그치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다시 소설화한다든가, 평역(評譯)을 시도한다든가 하는 예가 많습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아무개의 삼국지' 식으로 나오게 되기 일쑤이지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서도 마찬가집니다.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나 진순신(陳舜臣) 같은 작가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죠. 물론 서양에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일리아드'라든가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돈키호테' 같은 건 없습니다... 동양권에서만 존재하는 특이한 현상입니다.

  <삼국지>란 책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야겠군요. 다들 아시겠습니다만, <삼국지(三國志)>란 책은 원래 이십사사(二十四史)의 하나를 구성하고 있는, 기전체(紀傳體)로 씌어진 정사(正史)입니다. 기전체란 본'기'(本紀)와 열'전'(列傳)을 중심으로 구성된 역사서술의 한 형식입니다. '본기'가 국가별 연대기에 해당한다면, '열전'은 주요 인물들의 전기입니다. 중국에선 대부분의 정사가 이렇게 씌어졌고, 우리 나라에서도 <삼국사기>와 <고려사> 등이 이 체제를 계승하고 있지요. 장사인 <삼국지>는 서기 285년 진(晋)나라 사람 진수(陳壽)가 쓰고 배송지(裵松 之)가 주(註)를 단 책입니다. 우리나라 고대사에서 중요한 사료가 되는 '위지 동이전(魏璡夷傳)'도 이 책에 수록돼 있습니다. 국내에도 '정사 삼국지'라는 이름의 일곱 권짜리 번역본이 나와 있습니다. 한문 원본은 북경 중화서국(中華書局)에서 나온 녹색 표지의 표점본(標點本)이 가장 좋습니다.

  그럼 우리가 말하는 '삼국지'는? 진수의 <삼국지>와는 전혀 다른 책입니다. 즉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준말인 셈이죠. '연의'의 정의가 사전엔 이렇게 나와 있군요. "역사적 사실을 부연하여 흥미 있게 재구성해서 쉬운 글로 쓴 중국의 통속 소설." 물론 여기서 '통속 소설'이란 요즘 논쟁이 되는 '대중소설'의 개념과는 다르겠지만요.

  14세기 인물 나관중(羅貫中)이 종래의 설화와 잡극의 스토리를 개편한 원작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수차의 편집과 개작을 거쳐 청대(淸代)의 모종강(毛宗岡)이 1666년에서 1686년 사이에 120회본으로 완성시킨 것이 우리가 지금 볼 수 있는 <삼국지연의>, 즉 삼국지의 정본인 셈이죠. 결코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일대저작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임진왜란 이전에 이미 들어온 것으로 돼 있는데, 유학자들은 이 책을 공공연하게 읽는 것을 금기사항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역사와 허구를 혼동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죠. 7∼80년 전만 해도 삼국지를 쉽게 구해 읽기가 어려웠고, 어른들이 청소년이 보지 못하게 숨겨가며 읽던 책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서서히 우리나라 작가에 의한 번역본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기록에 나타난 주요 번역본들을 몇 가지 들어 보겠습니다. 월북작가 박태원(朴泰遠) 역본, 김동성(金東成) 역본, 김광주(金光洲) 역본, 이성학(李成學) 역본, 김용제(金龍濟) 역본, 박종화(朴鍾和) 역본, 김구용(金丘庸) 역본, 김동리(金東里) 역본, 정비석(鄭飛石) 역본, 이문열(李文烈) 평역본, 김홍신(金洪信)
평역본... 와! 참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시대를 풍미한 작가들과 한학자들이 한번쯤은 '삼국지'를 자기 이름을 걸고 번역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중에서 일단 몇 가지만 언급해 보겠습니다. 김광주씨의 번역본은 그 도입부에서 상당한 독창성을 발휘했다고 합니다만,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김동리씨의 번역본은 상당부분 축약해서 번역한 책인데, 제갈양(諸葛亮)의 죽음 이후로는 단 몇 줄로 처리해 버렸습니다. 정비석씨의 책은 많은 부분 자신의 색깔을 가미한 책으로 보여집니다만, 일본작가 요시카와 에이지의 영향이 전편에 걸쳐 드리워져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김홍신씨의 평역본은 말이 평역본이지 그다지 '평(評)'한 부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문장이 간단 담백해, 이 작가 특유의 색채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는 듯합니다... 그게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지요.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삼국지는 세 가지입니다. 다음에 언급할 세 '삼국지' 모두 일세를 풍미했던 삼국지이기 때문이죠. 이 세 작품은 할아버지 세대, 아버지 세대, 그리고 우리 세대(20∼30대)의 삼국지로 대표될 수 있습니다. 각각 그 시대의 '삼국지관(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작품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씩 설명해 보겠습니다.



  (1) 할아버지 세대의 삼국지 : 길천(吉川) 삼국지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걸작이자 고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이 삼국지를 나관중(사실은 모종강)의 원작 삼국지로 알고 있을 정도니까요.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 1892년에 태어나 1962년에 작고했습니다. 1922년 도쿄 마이니치 신문(東京每日新聞)의 기자가 돼 이 신문에 '친란기(親鸞記)'란 소설을 연재하면서 문단에 나섰습니다. 역사소설에 뛰어난 재질을 발휘, 많은 독자를 확보했고, 죽고 나서 그의 유지에 따라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주요작품으로는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1935∼39)와 <삼국지>(1939∼43)가 있습니다.

  바로 이 요시카와의 '삼국지'가 한 10년∼20년 전까지만해도 마치 삼국지의 정본(定本)처럼 유행했었습니다.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만화 삼국지 전편,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 도입부는 말할 것도 없고, 숱한 드라마, 인형극, 어린이용 각색판들이 바로 요시카와의 작품을 대본으로 했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작가가 '나관중'으로 되고 번역이 '편집부'로 돼서 시중에 나온 다섯 권짜리 삼국지는 대개 요시카와의 이름만 쏙 빼놓고 번역한 것이었습니다. 문고판 삼국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를 들어 삼중당문고에서 나온 일곱 권짜리 문고판 삼국지는 거의 요시카와의 작품을 번역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요시카와의 작품은 원본 삼국지와 무엇이 달랐을까요? 첫 구절부터 달랐습니다. 원본이 "천하대세는 분구필합이요 합구필분이라(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는 유명한 말(벽초 홍명희는 <임꺽정>의 도입부에서 이 말을 아주 우습게 여겼습니다만)로 시작되는 반면, 요시카와본은 "황하(黃河)는 오늘도 유유히 흐르고 있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눈치채시겠습니까?
  딱딱한 한문고전형식의 어투로 된 원본을, 등장인물과 묘사가 살아 숨쉬는 근대소설로 바꾼 것입니다. 서점에서, 서재에서 손에 잡히는 삼국지가 원본을 번역한 것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황건적(黃巾賊)이 유주(幽州)에 침입하자 의병을 모집하는 방이 붇고, 이 방을 본 유비(劉備)가 한숨을 쉬자 뒤에 있던 장비(張飛)가 "사내 대장부가 왜..."라며 투덜거립니다. 이때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이면 원본 번역이고, 그렇지 않다면 개작한 작품, 특히 요시카와의 번역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시카와본의 특징은 도입부, 즉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는 부분을 아주 극적으로 길게 서술했다는 점입니다. 이문열씨도 평역본의 서두에서 지적했듯이, 삼국지는 수호지와는 달리 주요 인물들이 아무 설명 없이 갑자기 나타나서 '절륜한 무공과 계책'을 발휘하는 영웅호걸이 됩니다. 요시카와는 유비가 황하에 차(茶)를 사러 갔다가 황건적에게 쫓기고, 뒤에 감부인(甘夫人)이 되는 여인을 만난 뒤, 목숨을 잃을 위기에 빠졌다가 장비에게 도움을 얻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장황하리만큼 자세히 서술해 놓았습니다. 황건적 토벌 얘기도 살을 많이 붙였고, 황건적의 난이 끝나자 유비가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만나는 등... 원본에선 볼 수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중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선입견과 오해가 곳곳에 나타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도입부에선 차(茶)와 불교(佛敎)에 대한 묘사로 중국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묘사하려 했다는 혐의가 짙은데요, 후한 말이라는 당시의 상황과 그다지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불교가 중국에 들어온 것이 전한 말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묘사된 것처럼 후한 때 이미 주류종교의 반열에 들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삼국지에 대한 '요시카와의 고전적 버전'일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처음 삼국지를 접하면서 일본인의 안경을 쓸 필요는 없겠죠.


  (2) 아버지 세대의 삼국지 : 월탄(月灘) 삼국지

  월탄 박종화(1903∼76) 선생은 우리 문학사에서 이름높은 분입니다. 20년대에는 <백조> 동인으로 시인으로서 활동하다 30년대부터 <금삼의 피><다정불심><여인천하><세종대왕>같은 유명한 역사소설을 많이 쓰셨죠. 아직도 그 원작으로 TV사극이 만들어지고 있으니까요. '월탄 삼국지'는 1963년부터 68년까지 1603회에 걸쳐 한국일보에 연재됐던 내용입니다.

  연재가 끝나자마자 다섯권짜리 책으로 출판돼 대단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희 아버지 서재에 꽂혀 있던 삼국지도 바로 이 책이었죠. 요시카와에서 벗어나 한국인이 번역한 '최초의 본격적인 삼국지'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삼국지 하면 월탄, 월탄 하면 삼국지였습니다. 1984년엔 어문각에서 전면 가로쓰기로 다시 출간돼 교보문고와 종로서적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가기도 했죠. 삼국지가 '인간시장'을 누르다니!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문열 삼국지가 나오기 전까지 그야말로 맹위를 떨쳤습니다.

  왜 유독 월탄만이? 물론 신문에 연재돼 독자들이 접할 기회가 많았다는 점도 있었습니다만, 그 특유의 구수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탁월한 문체가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월탄 삼국지를 들춰보았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그 유려하기 짝이 없는 제목(題目)들이었습니다. '장성(長星)이 떨어지니 손견이 죽고' '침어낙안 폐월수화의 대교 소교' '별이여 가을 바람 오장원에
떨어지다'...

  전 이후로도 그렇게 시적이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제목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접하는 제목이라곤 TV 만화영화에서 '브로켄 백작의 최후'류의 저열한 제목들 뿐이었으니... 제목의 중요성을 그 때 절실히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신문사 편집부에서 제목다는 일을 하면서 "아, 내게 월탄이 가진 재주의 반만 있었더라면!"이라고 탄식할 때가 많습니다.(물론 월탄은 신문제목은 잘 못 달았을
것입니다.^^)

  월탄의 작품은 물론 원본 삼국지의 완역(完譯)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월탄의 작가적 기질이 곳곳에 스며들어, 딱딱하기 쉬운 원작을 훨씬 풍요롭게 해 줍니다. 최근에 어문각에서 판권이 다른 출판사로 넘어간 모양인데, 간간이 신문 광고도 다시 나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광고문구입니다. "삼국지는 '역사의 해석'처럼 딱딱하게 씌어져선 재미가 없다!" "젊은 작가들이 연애소설 쓰듯 쓴 삼국지가 아니라, 무쇠솥에 장작불을 지펴 만든 삼국지!" 다분히 '이문열 삼국지'를 염두에 둔 문구입니다만, 마치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그 문체의 특징을 정확히 짚어낸 카피입니다.

  그런데... 빼먹지 않은 '완역'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만, 군데군데 의역(意譯)을 넘어서서 작가가 재미있게 첨가한 부분들이 눈에 띕니다. 예를 들자면, 유비가 탐관오리를 매질하고 안희(安喜)를 떠나는 부분을 보시죠. 먼저 원본 삼국지입니다.(황병국 역 <삼국지> 1, 범우사, 1993, p.81)



  "...이제 관인을 너에게 물려주고 본인은 관직을 물러나니 그리 알라."
  감독관이 정주(定州)로 돌아가서 이런 사실을 태수에게 보고하니 태수는 다시 조정으로 보고서를 올렸다. 그리고 각처에 공문을 띄워 유비·관우·장비를 잡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유비·관우·장비 세 사람은 대주(代州)로 유회(劉恢)를 찾아갔다. 유회는 현덕이 황실의 후예임을 알고 세 영웅을 집에 숨겨 주었다.



  이 딱딱한 사서(史書)의 한 구절같은 부분을 월탄이 어떻게 개작했나 보겠습니다.(박종화 역 <삼국지> 1, 어문각, 1984, p.66)



  "...나는 인둥이를 네 목에 달아놓고 돌아가니 태수에게 전해라."

  백성들은 유비한테로 모여들었다.
  "상공, 우리를 버리시고 어디로 가십니까?"
  늙은이들은 눈물을 흘리고 유현덕의 가는 길을 막는다. 독우는 결박을 끄르고 급히 정주로 돌아가자 태수한테 현덕을 역적이라고 고했다. 태수는 공문을 각처에 띄워 유비·관우·장비를 잡으라는 체포령을 내렸다. 유비는 인뒤웅이를 버려 벼슬을 내논 후에 관우, 장비와 함께 길을 걸었다.
  "그놈의 미관 말직을 내놓고 보니 어깨가 홀가분하다."
  "진작 내던지실 일이지 여지껏 가지고 계실 일입니까."
  현덕의 말에 관우가 대답한다.
  "어디로 가시렵니까?"
  장비가 묻는다.
  "대주 태수 유회가 사람이 좋다 하니 그곳으로 가보세."



  월탄의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런 개작이 좀더 드러나는 경우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먼저 원본.(황병국, 위의 책, p.211)



  다음날 여포는 승상부로 가서 동정을 살폈으나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발길을 돌려 중당으로 가서 시녀들에게 수소문한 결과 한 시녀가 귀띔해주었다. "태사께서는 어젯밤 새로 들어온 어느 젊은 여인과 잠자리에 든 채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월탄 삼국지의 같은 부분입니다.(박종화, 위의 책, pp.197-198)



  여포는 참을 수가 없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승상부 내실로 뛰어들어갔다. 아직 새벽녘이라 내실은 조용했다. 여포는 두리번두리번 살피다가 동탁의 시녀들이 있는 방문을 확 열어 젖혔다. 10여 명의 시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콧노래를 부르며 웅성거렸다. 세수를 하는 계집, 머리를 빗는 계집, 칠보단장을 꾸미는 계집, 방 안에는 분 냄새와 기름 냄새와 여인의 냄새가 코를 찔러 어수선 산란하다.
  여포는 혹여나 초선이 이 방 속에 있는가 생각했다.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두리번 찾아보았다. 그러나, 초선은 보이지 아니 했다. 그는 더욱 미칠 것 같았다.
  시녀들은 식전 새벽에 별안간 뛰어든 여포를 바라보자 깜짝 놀랐다.
  "에그머니나, 나는 옷통을 벗었는데..."
  "여자들만 있는 방에 장군이 식전 꼭두에 웬 일이슈?"
  "장군, 웬 일이셔?"
  상전인 동탁의 의자(義子)요, 미남인 여포를 바라보자 계집들은 일제히 꾀꼬리 같은 아리따운 목소리를 지르고 추파를 흘려 말을 붙인다...



  바로 이것이 월탄의 '장작불로 지핀 솥밥맛'이었던 것입니다! 정말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와 같은 번역은 아예 요시카와처럼 작품을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을 바에야, '번역'의 입장에서 냉정히 생각해 보면 결코 '충실한 판본'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바로 이런 월탄의 '문체'는 지금에 와서 이 책을 읽는 데 가장 큰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구슬픈 비명을 지르며 마상(馬上)에서 떨어진다" "이애, 장차 이일을 어이할꼬?" "에그머니나"와 같은 문장과 대사가 숱하게 나오는데, 아무래도 낡았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습니다. 한시(漢詩)의 해석에선 안타깝게도 일부 오역도 나타납니다. 역시 이 삼국지는 아버지 세대로써 그 역할을 다 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새로운 삼국지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게 됩니다.


  ...또 글이 길어졌습니다. 다음에는 '이문열 삼국지'와 '이설(異說) 삼국지'들, 그리고 '원본 번역 삼국지'들에 대해 계속해서 써 보겠습니다. 제가 추천할 '삼국지'는 다음번 거의 끝에 가서야 모습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유석재 드림 karma@chosun.com



이문열 삼국지, 글쎄? (3/5)



  <삼국지>에 관한 세 번째 글입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번엔 할아버지 세대의 '길천 삼국지'와 아버지 세대의 '월탄 삼국지'에 이어서 '이문열 삼국지'에 대해 써 보겠습니다.


  (3) 우리세대의 삼국지 : 이문열(李文烈) 삼국지



  1200만부!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이 숫자는 경이적입니다. 사람들은 '20세기 한국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이 책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낱권으로는 크라운출판사의 '자동차 운전면허 예상문제집'이라고 합니다. -_-;)

  93년인가 서울대 수석입학생이 "내 성공의 비결은 이문열 삼국지"라 말한 이후 판매부수는 더욱 급신장했습니다. 이후 월탄 삼국지는 시장에서 거의 퇴출당하고 맙니다. 동양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 한글세대에 맞는 문체와 언어감각, 독창적 해석... 고답스런 문장에 식상했던 젊은 독자들은 이 <삼국지>를 새로운 정본(定本)으로 대우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삼국지를 읽었다"라고 말하면 열에 아홉은 이 책으로 보아 거의 틀림없습니다. 가히 '우리세대의 삼국지'라 할 만합니다.

  이 책으로만 이문열은 40억원 정도의 인세를 벌어들였다고 합니다. 그는 99년 12월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처음부터 팔려고 만든 책이었어요.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성공했습니다...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가 나온 지 20여년이 지났기에 새롭게 우리 시대의 '삼국지'를 써보자는 생각으로 82년부터 한 4년간 집필에 매달렸습니다. 그때까지 '삼국지'가 설화적이었다면 제 작품은 소설적인 요소를 많이 넣었다고 할 수 있어요. 글 속에 비평을 넣어 개입을 많이 하려 했던 게 오히려 독자들에게 흥미를 자아낸 것 같습니다."

  1988년에 출판된 이 책은 아직도 개정판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문열 문학의 경향을 크게 <사람의 아들><영웅시대><변경> 등에서 보인 '실존주의적 휴머니즘 경향'과 <황제를 위하여><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선택> 등에서 보인 '복고주의적(復古主義的)' 경향으로 나눈다면, 이 '이문열판 삼국지'는 후자에 속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문열의 복고주의적 경향은 단순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이인화와 마찬가지로 영남(嶺南) 문인으로부터 계승된 선비적 의식과 고전(古典)을 향한 향수, 그리고 참된 세상을 만나지 못했다는 초야지사(草野志士)로서의 박탈감(실제로 초야에 있지도 않으면서 초야의식을 지니고 있는 이 미묘함!)과 '막연한 추상이었으되 유년 곳곳에서 한(恨)과도 같은 그리움을 자아내던'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否定的) 부재의식 등이 복잡하게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영남 문인의 후예로서의 고전에 대한 향수. 그렇습니다. 단순히 많이 팔고자 해서 시작한 번역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절세(絶世)의 한 작가로서 자신의 동양고전적 사상(思想)의 세계를 유감없이 펼쳐보일 수 있는 곳이야말로 '삼국지'의 번역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문열은 몇십년 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는 읽으면서도 사서삼경은 낡았다고 읽지 않고, 보들레르에게는 감탄하면서도 이하(李賀)를 아는 이는 드물다... 그러나 진정으로 우리가 세워야 할 문화야 유형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전통에 뿌리내린 동양적인 것과 새롭고 활기찬 서구적인 것의 조화에 있지, 어느 한 편에 대한 일방적인 배척과 다른 편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이나 몰입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참 경청할만한 말입니다.('천장지구' 문패로 달아도 되겠습니다 ^^) <금시조><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시인> 등의 작품에서 그의 이러한 '사상'은 잘 드러나 있죠.

  이문열은 월탄과는 달리 대하역사소설을 써 본적이 없을텐데 의아하다는 분도 계셨지만, 쓰긴 썼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죠. 원래 <그 찬란한 여명>이었다가 <요서지><대륙의 한>으로 계속 개작된 작품이죠. 사실 아직도 완결되진 않았습니다만... 사료에 남아있는 내용이 무척 빈약한 백제의 요서(遼西) 경략을 소설 특유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인물이나 사건이 매우 관습적이고, 내용 자체가 별다른 클라이맥스 없이 심심하다는 점이 큰 약점입니다만, 고대사(古代史)에 대한 그의 관심 역시 남다른 데가 있었습니다. 과연! 오랜 세월 칼을 간 뒤 주루룩 펼쳐보는 장강(長江)과도 같은 문장은
  '삼국지'의 문장은 읽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벽초가 그렇게 한탄했던 첫 문장을 어떻게 바꿔놨는지 보시죠. "티끌 자옥한 이 땅 일을 한바탕 긴 봄꿈이라 이를 수 있다면, 그 한바탕 꿈을 꾸미고 보태 이야기함 또한 부질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죽엽청주라도 한 잔 들이킨 뒤에 읽었으면 눈물을 흘릴 법도 합니다. 이어 그는 '나만의 새로운 삼국지'를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를 유감없이 드러냅니다. "왜 주인공이 아무런 설명이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가"라는 불만은 1권의 절반 정도를 거의 완전한 창작(創作)으로 채우게끔 만듭니다. 이 전통은 이미 요시카와에서부터 나타났음은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습니다만, 유비, 조조, 손견 세 영웅의 '극적 등장'은 마치 장 폴 사르트르의 <자유의 길> 2부를 연상시킬 정도로 '영화적 구성'을 방불케 합니다...

  특히 서두에 나오는 노식과 유비, 공손찬 세 사람의 대화는 이문열 '사상'의 백미라 할 만 합니다. "진정한 난세가 이르면, 필요한 것은 문장과 학식이나 사사로운 수양이 아니라 그것들을 활용하고 실천하는 힘이다." 이어 당대, 서기 2세기 후한(後漢) 말의 공시적, 통시적 좌표를 아우르는 대화들은 그가 단순한 작가가 아니라 일정한 사관(史觀) 비슷한 것을 갖춘 고급 지식인이라는 "혐의를 벗어버리기 어렵게 만드는 데 이름에랴."(이문열님이 잘 쓰는 문장을 약간 패러디해 봤습니다. ^^)

  곳곳에 면밀히 배치한 자신의 평(評)들은 또 어떻습니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대목마다 "이건 내 생각에 이렇고..." "여기서 나오는 고사(故事)는 이런 내용이고..."하는 친절한 설명은 젊은 독자들의 구미에 잘 들어맞는 부분이죠. 관우가 화용도에서 돌아온 사건을 서술한 뒤 "그런데 이 부분의 해석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것이 있다. 이 사건을 제갈량과 관우의 서열다툼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아, 이때부터 제갈량의 우위가 확보되었다고 해석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처럼 평해놓은 부분을 보십시오. 훌륭한 추임새입니다. 오늘날의 독자들이 삼국지를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고, 읽은 뒤 '논술적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데에는 확실히 그의 공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면적인 권선징악(勸善懲惡)을 벗어나 "영원한 선인도, 영원한 악인도 없다"라는 서술태도도 매력적인 부분이었죠.(원본에선 당연히 이런 태도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개혁가로서의 조조의 면모를 일신해 보이고, 유비의 미묘한 권모술수를 조금씩 드러내보인 부분, 그리고 관우와 제갈량의 갈등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혹을 제기한 부분... 모두 이 책의 값을 더해줍니다. '역사해석의 삼국지' '정치비평의 삼국지'라 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재미있는 평(評)들의 잘잘못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번역본은 분명 중대한 결함이 있는 듯이 보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제가 구구하게 설명할 것 없이 이문열 자신의 말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시작에서 한 오백 매 가량은 원본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건 오역 정도가 아니라 정중한 번역에서는 있을 수 없는 해괴한 첨가다. 뿐인가, 각 국면마다 돼먹잖은 평(評)이 길게 달려있는데 그 또한 원본 어디에도 없다. 함부로 빼먹은 것도 많다. 특히 제갈량이 죽은 뒤의 이야기는 원작의 거의 삼분의 일로 줄여버렸다. 세상에 이따위 엉터리 번역이 어디 있는가."(한국일보
99년 8월 10일자)

  그는 이어 '소수의 고전문학도를 위한 번역 교본이 아니라, 고전을 풀어서 나름의 평과 해석을 곁들여 엮은 대중적인 읽을 거리'라 변명합니다. 그러나 미심쩍인 부분은 곳곳에 나타납니다. 도올 김용옥이 <노자와 21세기> 강의에서 지적한 대로, '삼고초려'의 장면들에서 중요한 한시(漢詩)들을 너무도 쉽게 삭제해버린 부분은 그중 하나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오히려 '자르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친절한 평(評)은 때때로 고전의 세계로 향한 여정을 무참히 방해하기도 합니다.

  기껏 적벽대전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다 얘기한 뒤에 "사실은 제갈량의 활약은 꾸민 이야기고 조조군의 전력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라고 말해 독자를 김새게 합니다. 조조가 보리밭에서 스스로 머리카락을 벤 간계(奸計)를 탓한 한시를 소개하면서 "어떤 머리 빈 서생이 지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일생을 초야에 묻혀서도 제 한 몸 추스르기조차 힘겨웠을 것이다"라며 폭언에 가까운 말을 한
부분은 유사(儒士)로서의 지나친 오만함도 엿보입니다.

  관우의 단기천리(單騎千里) 대목에서 "진정 아름답고 드높은 춘추의 향내였다... 그는 춘추를 일관하는 정신의 한 살아 숨쉬는 화신..."운운한 부분은 자기 글에 자기가 취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으로 독자를 아연하게 합니다. 지나친 과장이 오히려 감동을 줄인 케이스겠죠. 조조가 죽은 다음엔 무려 13페이지에 걸친 조조 평전(評傳)을 장황하게 늘어놓아 글의 흐름을 끊어놓는가 하면, 유비가 이릉에서 패한 뒤 손부인이 자결했다는 얘기를 한 뒤 "믿을 수 없는 조작이다"라는 발언으로 딴지를 걸어놓고...

  어쩌면 원전(原典) 그대로를 접하고 스스로의 사색을 거쳐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놓는 모든 과정을 귀찮아하는 현대인의 속성과 일치한 것이었다면 지나친 말일까요? '삼국지'의 해석조차 남의 손을 빌려서 하게 되는 것이라면 참 슬픈 노릇이겠지만 말이죠.

  '이문열 삼국지'는 분명, 여러 면에서 빛나는 광채를 발휘하는 <삼국지>의 한 해석본(解釋本)이요, 이문열이라는 뛰어난 작가의 문필이 살아 숨쉬는 시대의 단면(斷面)이자 한 버전으로서 훌륭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삼국지'를 세 번쯤 읽어본 분이라면 아주 훌륭한 텍스트로서 권할 만 합니다. 그러나...
  처음으로 '삼국지'를 읽는 어린 벗들에게 권할 만한 책은, 결코 아닙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으로 처음 '삼국지'를 접한다는 사실엔 조금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설탕 프림 넣지 않은 커피 본연의 맛을 처음부터 즐긴다는 마음으로 '원본'을 찾아 읽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끝으로 이문열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제 이 책이 나온지도 13년, 바쁘신 줄은 알지만 이젠 새로이 '개정판'을 내시는 게 어떠하실는지요. 더욱 원숙한 고유(高儒)의 경지속에 심취할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보겠습니다. 자, 그럼 '원본 삼국지'를 구해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요? 다음에 이어질 네 번째 글에선 숱한 '이설(異說)' 삼국지들과 정본(定本)의 완역(完譯) 삼국지들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유석재 드림 karma@chosun.com



앗! 이런 삼국지도? (4/5)



  <삼국지> 이야기 네 번째 글입니다. 원래 4회로 기획했었으나(사실 맨 처음 계획은 1회로 끝내는 것이었습니다만...) 마지막 회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5회로 늘립니다. 이번 회에서 다룰 내용은 '나관중-모종강의 기본 라인'을 완전히 뛰어넘은 새로운 삼국지들에 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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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설(異說) 삼국지들

  여기서 말하는 '이설'이란 원작 <삼국지연의>에서 그 내용을 빌렸을 뿐, 작가의 적극적인 자세 및 참신한 시각과 내용으로 완전히 재창조된 '신판(新版) 삼국지'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시도가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었고, 때로는 독자들에게 커다란 혼란을 줄 우려가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중 짚고 넘어갈만한 '이색 삼국지'들을 몇개 뽑아봅니다.


  가) 적벽가(赤壁歌)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 '이설 삼국지'의 원조라 할 만한 작품입니다! 판소리 열두 마당 또는 신재효(申在孝)가 이를 고쳐지은 판소리 여섯 마당 가운데 하나입니다. 백과사전 찾아보면 다 나올만한 얘기들은 생략하고 얘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조선 후기 기층민중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을 터인 판소리 여섯 마당 중에(물론 신재효 선생이 양반 출신이라는 점은 감안돼야 하겠지만) 삼국지에서 소재를 취한 <적벽가>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범상한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삼국지가 우리 전통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말해 줍니다. <흥부전><춘향전>과 진배없이 우리에게 친숙했던 소설! 양반들은 숨겨놓고 몰래 읽었지만, 서민들은 마당에 모여앉아 동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구수한 옛날 얘기를 통해 접하며 웃고 울었던 소설... 세상에, 얼마나 우리 얘기처럼
친숙했으면 후반부로 가선 삼국시대 중국에 있을 턱이 없었던 '장승'이 다 나옵니다그려.

  그 방대한 삼국지를 다 판소리에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겠고, 여기서 판소리 예인(藝人)들의 참으로 뛰어난 편집술이 빛을 발하게 됩니다. 삼국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적벽대전' 부분을 취한 것이죠. 유-관-장 삼형제가 도원결의하는 곳에서 시작, 갑자기 삼고초려로 건너뜁니다. 이어 장판교 장면으로 장면은 급박하게 이어집니다. 오(吳)로 가는 공명, 동남풍을 빌고 주유의 마수를 피해 달아나는데... '자룡이 활 쏘는' 유명한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여기까지는 기존 삼국지와 크게 다른 부분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어 적벽대전이 시작되기 전, 실로 이 '판소리판 삼국지'의 백미(白眉: 이것도 삼국지에 나오는 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등장합니다. 바로 "군사설움타령"인 것이죠. 우리가 삼국지를 아무리 뒤져봐도 그 수많은 일반 병사들의 생활이나 정서에 관한 부분은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저 '70만 대군''80만 대군'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일부로 등장, 한꺼번에 이동하거나 몰살당할 뿐이죠...

  하지만 <적벽가>를 만든 사람들이 누구였을까요? 바로 이같은 기층 민중이었던 것입니다. 원본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이 '군사설움타령'에선 고향을 멀리 떠나와 권력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사역당하는 민초들의 설움이 절절이 드러나 있습니다.
  옛날 임방울같은 명창은 이 부분을 부르다가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누를 수 없었는지 창을 중단하고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곤 했다고 합니다.(그 사진을 예전에 <음악동아>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판소리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여기서도 어김없이 나타납니다. 뒷부분이 엿가락이 된다! 놀부가 박 타는 장면이 전체의 반을 잡아먹는 <흥보가>나, 변강쇠 시체를 업고 나가는 장면이 하염없이 늘어지는 <가루지기가>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전체의 1/3이 조조가 도망가는 장면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적벽가>의 별칭이 <화용도>인 점을 고려하면 원래 이 부분이 원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실제로 창극(唱劇) 공연을 보면 뒷부분에서 상당히 지루합니다. 관우의 "잔말말고 칼받아라"란 대사는 계속 되풀이돼 나옵니다. 따라서 이 '이설 삼국지'의 주인공은, 당연히 조조가 됩니다.

  총서류(叢書流)의 일부로 출판도 많이 돼 있습니다만, 이왕이면 음반으로 들어보는 것이 좋겠죠. 서울음반에서 나온 <화용도 전집>은 정정렬, 이동백, 김창룡 등 20세기 초의 전설적인 명창들의 목소리로 구성돼 있습니다. 음질이야 뭐 SP 복각판인데요... 비슷한 음반으로 신나라에서 나온 <폴리돌판 적벽가>가 있고, 최근의 녹음으로는 박동진(예전)과 안숙선(E&E), 김일구(서울음반) 등의 음반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전집을 제외하자면, 제가 가장 충격적으로 들었던 음반은 신나라에서 나온 <판소리 5명창>입니다. 전 LP로 가지고 있는데, CD도 나왔습니다. 이중 명창 이동백(李東伯: 1866-1947)이 1927년경에 부른 '적벽가 중 동남풍 비는데'를 한번 들어보십시오! 몇몇 부분은 사설채록에도 미상으로 표시돼 있을만큼 알아듣기 힘들지만, 창을 듣고 오장육부가 부르르 떨리는 흔치않은 경험이 될 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독축제가 자진몰이로 바뀌고... 제갈양을 뒤쫓는 서성과 정봉이 "저기 가는 공명아!"하고 피 토하듯 부르는 대목에선 이동백의 혼백(魂魄)이 스피커 밖으로 새나오는 듯 합니다.


  나) 후삼국지(後三國志)

  삼국지의 결말에서 아쉬움과 통탄을 느낀 독자는 황하의 모래알처럼 많았을 것입니다. 창업자도 아닌,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등장하는 사마염(司馬炎)이란 엉뚱한 인물이 천하통일의 주인공이 되다니... 그 숱한 영웅들의 몸부림은 물거품으로 사라져버립니다. 아아, "뒷사람들 탄식하며 공연히 가슴 설레네!(後人憑弔空牢騷: 삼국지연의 마지막 문장)" 얘기가 조금 더 이어졌으면...하고 바란 독자들 역시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걸 노렸던 것일까요? 여기 그 '틈새시장'을 노렸음직한 작품이 있습니다. 이 <후삼국지>의 원제는 <통속속삼국지(通俗續三國志)>입니다. 누가 썼을까요? 나카무라 고오젠(中村昻然)이라는 정체불명의 일본인입니다. 원록(元祿) 연간에 썼다니 1688년에서 1703년 사이의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후대의 위작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사마염이 세운 서진(西晋)의 통일기는 23년에 불과했고, 흉노, 선비, 강, 저, 갈의 다섯 이민족의 화북 진출로 5호 16국(五胡十六國) 시대가 전개됨은 다 아실 겁니다. 이때 서진을 멸망시키고 화북을 일시 점령한 국가가 흉노족이 세운 한(漢)이었습니다. 이때 서촉 지방에는 성(成)이라는 나라가 세워지고, 사마씨의 일족이 강남에 동진(東晋)을 건국, 일시적으로 다시 삼국의 형세가 갖춰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만으로 <후삼국지>를 쓸 수는 없겠죠. 작가는 흉노가 사마씨를 몰아내고 세운 국가의 이름이 한(漢)이고, 그 군주가 유(劉)씨인 것에 주목, 한의 개국자 유연(劉淵)이 바로 촉한의 후주(後主)가 낳은 일곱 번째 아들로서 어릴 적에 흉노 땅으로 피난간 인물이었다고 설정해 놓은 겁니다. 이 설정은 이미 삼국지연의의 기초였던 <전상삼국지평화> 등에서 나타난 바 있던 요소라고도 합니다만... 그래서 소열제 유현덕의 손자는 마침내 낙양과 장안을 점령, 사마씨를 몰살하고 천추의 한을 풀었다는 얘깁니다.

  허나, 사실 촉한(蜀漢)과 유연의 일족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습니다. 그냥 소설상의 가공일 뿐입니다. 이 작품은 전편의 영화를 되살리려는 듯 관우, 장비, 제갈양, 황충 등의 자손을 총출동시키는데, 그 설정이 너무 작위적이어서 실소를 불러일으킵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도식화는 후조(後趙)를 세운 석륵(石勒)이 다름아닌 조자룡의 손자였다는 부분에서 그 절정을 이룹니다.

  결국 석륵이 한을 멸망시키고 후조를 개국했다는 데서 소설은 끝나는데... 도대체 인물설정, 사건전개, 구성, 문체 그 어느 곳에서도 '전편(前篇)'의 웅장하고 역동적인 스케일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한 마디로... 그렇습니다. <후수호지(後水湖志)>나 마찬가지로, 정말 시시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도 <후수호지>는 전편에 나온 등장인물이나 그대로 나오지... 일곱 권씩이나 되는 이 책을 읽느니 차라리 삼국지를 한번 더 읽는 게 낫습니다.

  사족..... 놀라운 사실은, 80년대 대본소에 <고우영의 후삼국지>라는 만화가 나왔었다는 것입니다. 완결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만화가 전혀 고우영씨의 그림체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팔비당>의 후반부나 <역수의 시> 등과 마찬가지로, 아마도 '문하생 판(版)'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 반삼국지(反三國志)

  위 '후삼국지'에서 말씀드린 '독자들의 한(恨)'을 푸는 방법으로는, 구차한 속편을 쓰는 것보다는, 차라리 완전히 새로운 '대체 역사'를 쓰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때는 중국이 남쪽의 광동 국민정부(國民政府)와 북쪽의 북경 군벌정부(軍閥政府)로 분열돼 있던 1924년, 한 고서(古書)가 발견됐으니... <삼국구지(三國舊志)>라는 제목의 이 책은 기존의 역사를 완전히 뒤집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소열제, 즉 유비 현덕이 조조와 손권을 토벌하고 삼국을 통일, 마침내 한실(漢室)의 중흥에 성공한다는 충격적인 책이었다!

  이런 식으로 시작되는 이 책의 서문은 물론 가공입니다. 1924년에 주대황(周大荒)이라는 법무관 출신의 중국 작가가 쓴 소설입니다. 삼국지의 결말을 뒤집어 '착한 사람이 이긴다'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낸 것이죠. 주대황은 손문(孫文)계열의 정당인 중국혁명동맹회에서 활동했단 얘기도 있고, 이 작품을 통해 조조를 북양군벌에, 유비와 공명을 손문과 장개석에 비유하려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주목할 점은 이 '대체역사소설'이 가져다주는 뜻밖의 재미입니다.

  정말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정신으로 가득찬 이 책은 촉한정통론에 충실한 삼국지연의의 골수팬들이라면 아주 통쾌하게 읽을만한 책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 '대체역사'의 갈림길이 조조가 서서(徐庶) 어머니의 편지를 위조해 그를 불러들인 대목이라는 점입니다. 수경선생이 편지가 가짜임을 간파해 서서를 붙드는 데서 역사가 달라진다!

  구성, 문장, 인물성격, 사건, 분위기... 모든 점에서 삼국지 원작의 성격을 그대로 계승, 그럴듯한 얘기를 만들어냅니다. "모든 정사(正史)는 거짓말이다"란 작가의 말처럼,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처럼, '가짜 역사'를 통해 오히려 역사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으려는 정신이 이 작품을 장난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단점 두 가지.

  첫째, 만약에 디즈니가 삼국지를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면, 어쩐지 이 작품을 대본으로 삼을 것 같다.
  둘째, 자꾸 읽다보니 웬지 예전에 날밤새던 시뮬레이션 게임(삼국지 I -_-;)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림원, 명문당, 대제학 세 출판사에서 책이 나와 있네요. 3권이군요.


  라) 동서(東西) 삼국지

  절판된 지 오래된 책입니다만, 전 이 책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에서 끈끈히 솟아오르는 묘한 흥분을 지금도 느낍니다. 1981년경에 열 권으로 나왔습니다. 작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희한하게도 제목에서부터 작가가 아닌 출판사의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동서문화사!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까지 '세계문학전집'(아마도 우리나라에 나온 문학전집류 중 가장 호화스런 위용을 갖춘 책이었을 겁니다) '그레이트 북스'(웬만한 고전과 사상서가 망라된 '아주 두꺼운 문고판') '딱따구리 문고'(수준높은 어린이용 교양전집) 등을 야심만만하게 선보이던 출판사였습니다.

  이어 금박으로 된 <동서삼국지>와 은박의 5권짜리 <동서수호지>가 나왔습니다. 아, 이 '동서삼국지'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이란! 첫 장부터 피가 흥건했습니다. 월탄의 고풍스럽고 점잖은 문체에 길들여졌던 초등학생에게 그 놀라움은 대단했습니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치 김용이나 스티븐킹의 소설을 처음 읽을 때와 같은 긴박감과 흥미진진함이 이어졌습니다. 조조의 웅지와 유비의 미묘한 야심을 여과없이 드러낸 설정도 당시로선 매우 신선했습니다.

  지금 회고하자면 좀 부끄럽긴 합니다만... 이 삼국지는 다른 작품이 밀약처럼 준수하는 금도(襟度)를 상당히 넘어선 점이 기억납니다. 전투와 인간심리의 디테일한 묘사는 징그러울 정도였고, 곳곳에 드러나는 야한 부분 역시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망탕산에서의 장비의 '집단섹스신'을 삽입한 부분은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관우가 탄 적토마는 여포 적토마의 '손자'로 설정한 부분 등 매우 논리적인 이야기전개 또한 돋보였습니다.

  수경선생 사마휘가 유비를 만나는 부분에서 원본 삼국지는 "거문고 소리가 높아지는 걸 보니 귀인이 오셨나 보구나"라는 사마휘의 대사를 참으로 온건하게 싣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릅니다. "거문고 소리를 보니 거기 오는 분은 핏빛으로 얼굴이 상기된 모양이구려"라는 대사가 등장합니다. 뒤로 갈수록 원본을 거의 신경쓰지 않은 듯한 인물들의 행동이 그야말로 '시공을 초월해서'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동탁(董卓)이 죽은 뒤, 의랑 채옹(蔡邕)은 그래도 자기를 알아줬던 동탁의 시체 앞으로 가 통곡을 합니다. 이때 사도 왕윤(王允)은 가당찮게도 사마천(司馬遷)을 들먹여가며 채옹을 역적으로 몰아 죽이죠. 이 대목에서 원본 삼국지엔 전혀 없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웬 지나가던 목동이 맹랑하게도 채옹을 변호하고 나섭니다. 왕윤이 그 아이를 죽이려고 하자, 갑자기 유비의 스승인 전 중랑장 노식(盧植)이 나타나 그 아이를 구하고 데려갑니다.
  노식이 묻습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아이가 답합니다. "제갈양(諸葛亮)입니다. 자(字)는 공명이라 합니다."

  이런 황당하기 짝이 없는 설정은 곳곳에 나타납니다. 조조가 보리밭에서 머리카락을 베는 간계를 쓰자마자, 난데없이 보리밭에서 잠자던 젊은이가 일어나 비웃습니다. 젊은 제갈양... ^^ 이같은 설정은 물론 재미를 배가시키긴 합니다만, 너무 독자를 당혹스럽게 합니다. 후반부로 가면 그나마 재미가 줄어들고, 무리하게 스토리를 축약시킨 부분들이 많이 드러납니다. 역시, 원본 삼국지를 건너뛰고 읽기엔 너무나 위험한 작품이었다고 해야겠죠. 헌책방에 가면 혹시 남아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 진순신(陳舜臣)의 <제갈공명(諸葛孔明)>

  '감히 충무공의 휘(諱)와 같은 이름인' 일본의 저명한 역사소설가의 작품입니다. 두 권으로 돼 있고, 까치에서 91년에 '정식 절차를 거쳐' 출판됐습니다. 1985년부터 5년동안 일본의 <중앙공론>에 연재된 작품입니다. 두 권이라는 분량은 마치 삼국지 다이제스트판을 읽는 것 같지만, 시종일관 제갈양의 시각으로 다뤘다는 점이 특이합니다.(옛날 계몽사 세계위인전집의 제갈양편을 읽는 기분도 듭니다만...) 무엇보다도 앞부분 1/3가량이 삼고초려 이전이라, 삼국지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제갈양의 전사(前史) 부분이 상당히 주목됩니다. 산동에서 태어나 부모를 여의고 숙부를 따라 남양의 초가집으로... 이 과정에서 제갈씨와 허소(젊은 조조를 평가한 인물)의 교류가 등장하는 등, 당대의 사상적 배경(특히 불교와 도가)도 상당히 탄탄하게 드러냅니다.

  매우 담담하고 '건전한' 분위기로 서술해 나가는 이 책은, 표지의 카피가 무색할 정도로 결코 독자의 상상력을 뒤집지 않습니다. 때문에 매우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신출귀몰한 전략가 제갈양이라기보다는, 합리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정치가 및 경영자로서의 제갈양을 강조합니다. 삼국지연의 원본에서 인색했던 제도사적 이야기도 상당히 많습니다. 고우영과 이문열이 의혹을 제기했던 '관우와의 라이벌관계'는 나오지 않습니다. 관우의 죽음은 순전히 제갈양의 실수인 것으로 처리돼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광채를 발하는 부분은 결말입니다. 오장원에서 죽어가는 공명은 마지막 독백을 통해 "사실 나는 천하를 통일하려 한 것이 아니라 천하를 분열하려 했다. 통일은 인민을 불행하게 할 뿐... 분열과 혼란의 세계야말로 경쟁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내뱉습니다. 작가의 독특한 역사관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삼국지를 읽지 않고 이 책을 읽는다, 역시 안 되겠죠?


  바) 90년대 이후에 나온 삼국지들

  # 기타카타 겐조(北方謙三)의 <영웅 삼국지>: 매우 간결하고 스피디한 문체로, 삼국지 전편의 인물과 상황들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창조한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1996년 일본에서 출판됐고, 우리나라엔 서울문화사에서 13권으로 나왔습니다. 삼국지의 대체적인 줄거리를 살리면서도 정치, 경제, 전략과 심리적 상황 등을 매우 논리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하고, 치밀하면서도 풍요롭게 서술합니다. 모든 영웅에겐 나름대로의 의지와 땀과 명분, 그리고 대업을 향한 과정이 있고, 특별한 주인공은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작가가 지어낸 '가공'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소설의 소설화라고 할까요?

  # 이재운의 <소설 삼국지>: 동방미디어에서 5권으로 나왔습니다. <소설 토정비결>의 작가가 특이하게도 이민족(異民族)의 시각에서 쓴 삼국지입니다. 첫머리에 하후씨(夏后氏: 조조의 본성)가 등장해 "고구려가 강성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걱정이로다"라고 말합니다. 조조가 원래 동이족이었다는 거죠. 삼국지가 조조로 상징되는 동이족이 유비로 상징되는 한족(漢族)을 제압하는 얘기로 보고, 그런 시각에서 시종일관합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납득할만한 근거는 나오지 않습니다. 제갈양의 최후는 너무나 구차하고 비참하게 묘사됩니다. 시도는 참신했습니다만, 결정적으로... 정말 재미없습니다.

  # 장선영의 <의리의 삼국지>: 스페인어 전공 교수인 역자는 이문열의 영향인지 '평역'이란 말을 내걸었습니다. 의리와 겸손, 능청, 해학과 같은 코드를 중심으로 쓴 삼국지인데... 때로는 '만담 삼국지'같다는 기분도 듭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듭니다. "도대체 이 책을 왜 쓴 거지?"

  # 이동진의 <에센스 삼국지>: 작가는 외교관 출신의 번역가입니다. 삼국지를 660페이지로 압축해 놓아 읽기 좋을 것이란 느낌이 들 산뜻한 장정으로 꾸며놓았습니다만... 다이제스트 판 중에선 가장 충실한 판본임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주요 대목은 자세히 서술하고 중간중간 과감하게 건너뛰는 모양새가 마치 옛날에 나온 4편짜리 <모래시계> 비디오 같군요. 아무리 그래도 화용도 장면의 삭제는 너무했습니다. 삼국지를 읽지 않겠다는 작정을 하고 이 축약판을 읽으시려거든 차라리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만화전략 삼국지>를 권합니다.

  # 삼국지 신문 : '역사신문'과 '세계사신문' 등의 자매편입니다. 삼국지를 신문처럼 만들어 재구성한 점은 특이합니다만, 신문의 주요한 특징인 보도와 해설과 분석의 무분별한 사용은, 이문열 삼국지 못지않게 '삼국지의 고유한 재미'를 마구 난도질합니다. 하긴, 삼국지 매니아라면 일종의 '부록'으로 소장함직도 합니다.



  ...다음 편은 정말 마지막입니다.(제 글이 적벽가처럼 되는군요. ^^) 5편에선 '정본 완역 삼국지'와 '진짜 오리지널 삼국지', 그리고 '앞으로 나올 삼국지'에 대해서 쓰겠습니다.


/유석재 드림 karma@chosun.com


삼국지 이야기 완결편 (5/5)



  자, 드디어 '삼국지 이야기'의 마지막 편을 올립니다! 처음 '조카에게 삼국지를 선물하고 싶은데 어떤 책을 골라주면 좋겠느냐'고 물어오신 한 독자분의 질문에 답하고자 시작한 글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참으로 연장(extension)이 지나친 감이 있었습니다. 훌륭한 게시판 운영자가 되기 위해선 훨씬 부지런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리즈'는 분명 '어떤 삼국지가 좋을까'를 주제로 한 글입니다. 따라서 "도대체 삼국지란 무엇이며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문제는 후술(後述)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실은 그게 훨씬 본질적인 문제일텐데 말입니다.

  4회를 쓰고 난 뒤 참으로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우선 새로운 삼국지 만화가 서점에 나왔습니다. <이문열 삼국지>를 대본으로 삼았다는 <이희재 만화 삼국지>가 그것이죠. 지난번 한 독자께서 '어떤 삼국지 만화가 좋을까'를 질문했을 때는 아직 이 책이 나오기 전이었습니다. 이제는 대답이 바뀌어야겠지요. 고증과 작화에 상당히 공을 들인 작품입니다. 이문열님의 10권짜리 삼국지와 그 권수와 체제가 동일하다는 점이 독특한데요, 1권의 서두를 제외하고는 이문열 삼국지의 특징이 그렇게 잘 나타나지 않는 듯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숱한 평설(評說)이 만화에는 드러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림 곳곳에서 이문열님의 체취를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여포가 조조에게 사로잡혀 목숨을 구걸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여포는 현덕에게 옛 정을 생각해서 자신을 구해달라고 말합니다. 조조는 현덕의 의견을 따르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죠.(여기서 이문열님은 "조조는 여포의 절륜한 무용을 놓치기 아까웠고, 유비는 여포가 조조에게 간다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으로 생각을..."이란 식으로 해석합니다.) 순간 현덕은 삼국지 전편을 통틀어 아마도 가장 냉혹했을 태도를 보여줍니다. "승상께서는 동탁과 정건양(=정원)의 일을 잊으셨습니까?" 사실 독자들의 예상이 전연 빗나가는 장면이죠. 여기서 이희재님은 현덕의 무표정하고 살기어린 표정을 대사없이 클로즈업합니다... 뭐, 그런 식입니다. 아직 3권까지밖에 나오지 않아 총체적인 평가를 내릴 수는 없지만(제가 지적한 바 있던 '유대 미스터리'에 대한 부분도 귀추가 주목됩니다. 일단 2권에선 유대가 죽은 것으로 처리했더군요) 꽤 솜씨있는 축약에, 아이들이 보기에도 무리없는 만화라 생각됩니다.

  또 한 가지의 일은 이문열님에 대한 것입니다. 최근의 사태에 대해 상술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만, 제가 <이문열 삼국지>에 대해 비판했던 건 어디까지나 그 '작품'에 대한 이견과 오류지적이었을 뿐, 그 이상의 공격이나 비방이 결코 아니었음은 모든 독자들께서 이해해 주셨으리라 믿습니다. 단지 이번 일련의 사건들 중 '일부 네티즌'의 이문열님에 대한 다음과 같은 식의 비난은 적지 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문열님은 <삼국지>같은 무협지나 계속 쓰세요!"

  ...이런 종류의 언어들은 이미 '안티 이문열'을 부르짖던 몇몇 분들께서 언급한 바 있었지만, 전 여기에 대해서 어떤 논평을 붙일 가치를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순전히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길 뿐입니다.


  앞글이 길어졌습니다. 이번 회에서 다룰 부분은 정본 완역 삼국지, 앞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삼국지, 그리고 최후의 정답인 '어떤 삼국지를 읽을까?'라는 결론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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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정본 완역(定本完譯) 삼국지

  지금까지 언급했던 삼국지들이 '개성파' 삼국지였다면, 제가 지금부터 말할 삼국지들은 '모범생'의 범주에 속합니다. 사실 번역의 입장에서 '완역'은 당연한 것인데, 오히려 이런 삼국지들이 낯설게 느껴진다는 사실은 좀 묘합니다. 요시카와와 월탄의 영향 때문일까요? 아니면 구수한 이야기로 들으면 그렇게 재미있던 삼국지가 막상 딱딱한 원문으로 읽으면 그 흥미가 반감되었기 때문일까요?

  이번 글에선 '현재 서점에서 구해 읽을 수 있는 완역 삼국지'로 그 범위를 한정시켰습니다. 정음사에서 나온 <완역 삼국지>(1952)와 방기환 역 <단권완역삼국지>(1953), 김사엽 역 <단권완역삼국지>(1955), 최영해 역 <완역삼국지>(1959), 신태삼 역 <원본국문삼국지>(1965), 향민사 역 <원본삼국지>(1965), 우현민 역 <완역삼국지>(1980), 연변대학번역조 역 <정본삼국지>(1990), 성원규 역 <연의원본직역삼국지>(1992) 등이 '완역'을 표방한 삼국지로서 목록에 보입니다.(이상 목록은 정원기 <최근 삼국지연의 연구동향>, 중문, 1990에서 참조) 특히 청년사에서 나온 <정본삼국지>는 당시로선 매우 신선한 번역이었습니다. 곳간에서 막 꺼낸듯한 감칠맛나는 우리말이 많이 들어있었으니까요. 사실 <수호지>의 경우엔 청년사판이야말로 거의 유일한 완역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거의 모두 절판돼 버렸습니다.
  이중 한 독자분께서 질문해오신 '정음사판 삼국지'에 대해서는 곧 따로 후술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구해볼 수 있는 완역본은?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가) 범우사판 황병국(黃秉國) 삼국지

  먼저 생각해 봅시다. 완역이라 함은 무엇인가? '정본'의 원문을 충실하게 번역한 것으로서, 문장의 첨삭(添削)이나 각색, 왜곡, 또는 편집이 없어야 하며, 나아가 삼국지의 경우에는 청(淸) 모종강(毛宗岡)의 재일재자서(第一才子書), 즉 삼국지의 '컬렉터스 에디션'의 체제를 잘 계승해야 한다는 의미이겠죠. 즉 120회(回)라는 목차까지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 회마다 '과연 어찌될 것인지 하회를 보라'라는 고풍스런 문장까지도 빠질 수는 없겠죠.

  1984년에 처음 초판이 나온 이 책은 80년대에는 월탄에, 90년대에는 이문열에 밀려 그 존재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암울했던(?) 시절 거의 유일한 '완역본'이라 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헌책방에서 이문열본이 맹위를 떨치던 때, 헌책방 아저씨들이 이미 그 가치를 깨닫고 꽁꽁 숨겨 두었다가 아는 사람들에게만 팔았다는 믿거나말거나 식의 전설도 따라 다니는 책입니다.

  역자 황병국님은 서울대 중문과를 나온 중문학자입니다. 기성 작가가 아닌 분의 번역이 오히려 더 믿을만하다는 건, 각 대학 철학과 교재로 러셀(B. Russel)보다 사하키안(W. Sahakian)의 책이 더 선호된다는 사실에 비견될 수 있지 않을까요?
  중문학의 전공자가 번역한 책이다 보니, 특이하게도 논문을 방불케 하는 '삼국지 해설'까지도 직접 쓰신 듯 합니다. 대체로 직역에 가까운 글이라 문장에 만연체가 더러 있긴 하지만, 난삽하다거나
어렵다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시원시원합니다. 어려운 한자어는 대체로 한글로 풀어서 번역합니다. 문장의 맺음도 영탄조나 월탄식의 '∼한다'체를 극도로 배제하고 '∼했다'체로 통일하다시피 합니다.
  고풍스런 느낌이나 '솥밥맛' 같은 건 느껴지지 않습니다만, 그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드러납니다. 매우 간결하면서도 여운을 아끼는 문체가 오히려 독자의 '객관화'에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는 듯 합니다.

  꼼꼼한 번역은 원본에 대한 훈고학적 탐색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서서(徐庶)의 가명인 '單福'은 '단복'이 아닌 '선복'으로 읽어야 한다든가, '곽사'라는 인물은 '곽범'이 맞다는 등(아직 이견의 여지는 있지만)을 지적해 냅니다. 이런 요소들은 이 역본에 신뢰감을 줍니다. 모든 한시(漢詩)를 빼놓지 않고 번역했으며(예를 들어 월탄이나 이문열의 경우에는 많이 빼먹었고, 청년사본의 경우엔 원문을

병기하지 않았음), 곳곳에 삽입된 삽화와 지도도 이해에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이런 숱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왜 그동안 이 책이 이문열본에 형편없이 밀려야 했을까요?

  답은 한 가지. 아, 심심해라... 재미가 없는 거죠. 특히 이문열본의 그 화려하고 생동감넘치는 도입부를 생각해 볼 때, 등장인물과 사건들은 지극히 평면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이 '정본완역본'은 아마도 단기간의 논술실력 향상에는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에는 분명히 새로 나온 5권짜리가 올라와 있습니다만('범우비평판 세계문학선'중의 하나로 들어가 있음), 교보문고에선 아직도 93년에 나온 2판(10권)을 팔고 있습니다.


  나) 솔출판사 판 김구용(金丘庸) 삼국지

  이 삼국지가 다시 가로쓰기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숨막힐 정도의 직역과 의고체 문장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 책으로, 당연히 부드러운 문장의 월탄 삼국지에 밀릴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삼국지였습니다. 초판은 1974년에 나왔는데, 작년에 솔출판사에서 7권 분량의 개정판이 나왔더군요.

  역자는 시인이자 한학자, 서예가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한문 해석을 대표하는 분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같은 완역본임에도 불구하고, 황병국 역본에 비하면 문장이나 어휘에서 상당히 고풍스런 맛이 살아납니다. 그러면서도 '∼한다'체가 계속 등장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첫 번역에서 완역까지 20년이 걸렸고, 또다시 26년 후에 개정판을 내다니, 정말 방대하면서도 집요한 작업임에 틀림없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한문으로 된 원문을 그대로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극히 충실한 '삼국지 정통 번역의 꽃'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어딘가 싫증나기 쉬운 분위기가 있습니다. 바로 그 '고풍스런 맛' 때문인 듯 합니다. 옛날 민음사에서 나왔던 같은 역자의 <동주열국지>(국내에 출판된 열국지 중 단연 결정판!)에 비하면 지속적인 손질로 많이 나아 진 편이지만, 아직도 "어찌 그것을 바라리요" "제가 가리다" "행차하사이다" "저자가 조조올시다" "좋은 계책이 생각나지 않으니 어찌하리요"와 같은 문장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특징은 젊은 세대에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몇 페이지만 넘기면 똑같은 이야기가 되풀이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 한 가지 예를 들어보죠. 삼국지 제5회에서 관운장이 '화웅의 목을 베어 오겠다'라고 말하는 부분의 번역을 보면 황병국본과 김구용본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것입니다. 먼저 황병국본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대장군 원소 이하 제후들은 크게 실망했다.
  "분한 일이로다. 나의 상장 안량과 문추가 이 자리에 없는 것이 한이로구나. 그 두 사람 중에 한 사람만 있었어도 화웅쯤이야 두려울 것이 없을 터인데..."

  원소는 혼잣말처럼 한탄했다. 이때였다.
  "소장이 나가 싸워 화웅의 목을 베어 바치겠습니다."
  모두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니 키가 9척이요, 수염이 두 자, 눈꼬리는 위로 찢어졌고 눈썹은 숯으로 그린 듯하며, 얼굴은 잘 익은 대추 빛깔 같은 사나이가 마치 깨진 종이 울리는 듯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걸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다음은 김구용본입니다.


  제후들은 얼굴빛이 변했다. 원소는 길이 탄식한다.
  "참으로 애석하구나! 이럴 때 나의 장수 안양과 문추 중에서 한 사람만 왔더라도 어찌 화웅 따위를 겁낼 것 있으리요!"
  원소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계단 아래에서 한 사람이 나서며 큰 소리로 청한다.
  "소장이 나가서 화웅의 머리를 베어 장하에 바치겠소."
  모든 사람이 보니 그 사람은 키가 9척이요, 수염 길이가 2척이요, 단봉(丹鳳)의 눈에 누에의 눈썹이요, 얼굴은 삶은 대춧빛 같고, 목소리는 큰 종소리 같았다.


  이 김구용 역본의 해설에서 서경호 서울대 중문과 교수는 이런 재미있는 비유를 합니다. "(이문열 삼국지 등 다른 삼국지가 미스코리아라면) 김구용 삼국지는 안티 미스코리아라고 볼 수 있다." 글의 뜻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만... 여기서 한 마디만 더 언급하면 자칫 비난의 이메일이 쇄도할 듯해서 그만 두겠습니다. ^^


  다) 정소문(鄭少文) 삼국지

  가장 최근에 나온 완역 삼국지입니다. 2000년 12월에 도서출판 원경에서 출판됐습니다. 역자는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에서 교정 및 편집기자를 거쳐 세계일보 논설위원을 역임한 언론인입니다. 책을 두른 띠에는 '한국 최초의 완전번역'이라는 다분히 과장된 광고문이 적혀 있습니다만, 일단 이 책은 읽는 이들, 특히 삼국지 매니아를 자처하시는 분들에겐 상당히 놀라운 번역본임엔 틀림없습니다.

  문장은 대체로 황병국 본보다 좀더 현대적이고, 특히 대화 부분은 상당히 최근의 구어체적 경향을 따르고 있어 평이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또한 단문 위주로 극히 간결한 맛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역본에서 가장 광채를 발하는 부분은 그야말로 방대한 '자료'를 총집합시켰다는 점에 있습니다. 지도와 약물, 삽화, 무기도 등의 화상(畵像)이 무려 559장이나 됩니다. 페이지마다 친절하고 자세한 도해가 삽입돼 있어, 글을 읽으면서 광경을 상상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각주(脚註)와 후주(後註)로 들어가면 더욱 놀랄 지경입니다. 원문 번역에 등장하는 주요 어구마다 상세히 각주를 달아놓은 것은 물론, 각 회마다 총평(總評)을 적었고, 정사와 비교하여 잘못되거나 사실이 아님을 '오류(誤謬)와 석의(釋疑)'를 통해 하나하나 다 짚어줍니다. 한마디로,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더 이상 삼국지에 대해 의문이 남지 않으리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약점이기도 합니다. 삼국지를 많이 읽은 사람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책이겠지만, 초독자에게는 흥미를 빼앗아버리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껏 재미있게 읽고 나서 "그런데 사실 이 얘기는 거짓말이다"라는 후주를 본다면 김 새게 마련이겠지요. 물론 이문열본처럼 번역 부분과 평(評) 부분이 구분가지 않게 뒤섞여 놓은 것은 아니어서 얼마든지 주(註)를 생략하고 읽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허술한 장정과 지나치게 큰 본문활자, 어딘지 어색한 삽화들은 책방에서 이 책을 선뜻 고르는 데 심각한 장애를 설정합니다. 그러나... '매니아'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숨겨진 보석'같은 책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6) 앞으로 나올 삼국지는?

  가) 도올 삼국지?
  도올 김용옥님은 EBS <노자와 21세기>를 강의하던 도중 '삼고초려' 부분에서 월탄과 이문열의 한시 해석에서의 오류를 지적한 뒤, "정말 내가 시간이 있으면 '도올 삼국지'를 쓰겠는데 말야..."라고 한탄조로 말합니다. 그러다 강의가 다 끝날 때쯤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안되겠어! 내가 '도올 삼국지' 진짜로 쓸 겁니다! 쓰겠어요!"라고 일갈해 수강생들의 박수를 받아냅니다. 과연 도올이

정말로 삼국지를 쓸 것인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만약 정말로 쓰신다면 그야말로 역사에 남을 엄청난 삼국지가 나오지 않을지 기대됩니다. 아마도 시공을 초월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매우 철학적인 각주가 가히 본문의 두 배는 되지 않을지?
  그리고 전체 분량은 20권정도 되지 않을지? 그런 책을 낼 만한 출판사가 과연 있을까요? ...통나무가 있군요. 아무튼 '평범한 삼국지'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나) 이인화 삼국지?
  이인화(류철균) 교수는 최근 몇몇 매체를 통해 "삼국지를 번역하려고 하는데..."라는 의지를 조금씩 피력한 적이 있습니다. 젊은 작가군(群) 중에서 삼국지를 쓸 만한 사람을 생각한다면, 역시 그밖에 없겠지...하고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이미 그는 번역서로도 이사벨라 비숍의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김수영이 그의 시 '거대한 뿌리'에서 극찬하다시피 했던 그 이사벨라 비숍)을 낸 적이 있습니다. 역시 흥미진진한 역사해석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만, 오히려 지나치게 주관적인 해석은 배제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7) 결론 :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삼국지를 읽어야?

  그것은 독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권하는 삼국지는 결코 합리적이거나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계속 이 글을 읽어주신 독자들이라면 제가 이런 선정을 하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해 주시리라 밑습니다. 아래 추천하는 삼국지들은 지금 서점에서 팔고 있는 책들입니다. 하나씩 골라 주십시오.



가) 처음 읽는 삼국지, 아주 평이하면서도 원래 모습대로의 책을 읽었으면...
     → 범우사 판 황병국 삼국지.

나) 난 그래도 어딘지 고풍스러운 느낌의 직역본이 좋겠어.
     → 솔출판사 판 김구용 삼국지.

다) 아무리 그래도 할아버지 옛 이야기같은 구수한 삼국지가...
     → 월탄 박종화 삼국지.

라) 남들 다 읽는 삼국지를 읽어야 다른 사람들하고 대화가 될 것 같은데요?
     → 이문열 삼국지.

마) 난 삼국지 매니아! 좀 특별하고도 자세히 해설된 삼국지 없수?
     → 정소문 삼국지.

바) 전 뭐든지 만화로 보고 싶어요. 물론 나중에 책으로 다시 읽어야죠.
     →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만화전략 삼국지.

사) 위에 '바'하고 같은 경운데 19세 미만이걸랑요?
     → 이희재 삼국지.

아) 바쁜 시간에 언제 그 긴 글을 다 읽어! 뭐 다이제스트로 간략하게 나온 책
없어요?
     → 읽지 마세요.


  .....이것으로, 한 독자의 질문으로 시작된 '삼국지 어떤 책을 읽을까'에 대한 5부작 시리즈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더 좋은 글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면서...
<完>


/유석재 드림 karma@chosun.com 

by 감사합니다 | 2006/11/15 19:48 | 트랙백 | 덧글(1)
김성종 “조선·중앙·동아의 보도태도, 구역질난다”




김성종 “조선·중앙·동아의 보도태도, 구역질난다”

“신문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





▲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부산 시의원 후보로 나선 김성종 해운대 추리문학관장 ⓒ 추리문학관

‘여명의 눈동자’ 등의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추리소설가 김성종 해운대 추리문학관장이 10일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한 데일리서프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조선> <중앙> <동아> 등 이른바 보수신문들의 논조와 관련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성종 관장은 우선 “참여정부가 정치를 못한다는 것은 잘못 왜곡된 것”이라면서 “언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막말로 씹어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적인 필진들을 동원, 계속 나쁜 것만 부각시키면서 몰아가 여론조작을 성공적으로 했다”고 꼬집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몇 조원의 예산을 편성, 서민정책을 편다고 발표하면 1단 기사 등으로 비중을 축소했다. 제일 큰 신문의 제목은 대체로 ‘북한에 끌려다니고 퍼준다’라는 내용이었다. 4대 일간지들이 그런 식으로만 보도하고 거기에 동조하는 보수적인 필진들을 동원했다. ”

또한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여전히 크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부산지역 정서와 관련 “근거없는 것으로 기성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느껴진다”면서 “지금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칭찬하는 기사를 단 한번도 못봤다”고 지적했다.

김 관장은 “노무현 정부가 먹고 살기 힘들게 만들었고 정치를 못한다는 시중의 인식은 신문기사가 결정적 원인”이라며 “그대로 믿어버리는 국민들의 의식과도 맞닿아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람들을 보면 아침에 신문 보고 저녁에 모여앉아 이야기한다”면서 “신문에 보도된 것을 마치 자기 의견인 것처럼 그대로 이야기하는데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조선, 중앙, 동아는 아주 심한 편으로 구역질이 날 정도”라면서 “신문들이 국가에 큰 해를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보도와 관련 “일부 신문은 인권탄압, 여배우 농락, 그 당시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문제 등 부정적 점에는 일언반구도 없이 경제개발로 이 나라가 먹고 살게 됐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면서 “그 자체가 의도적이고 역사의 죄를 짓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지적했다.

아울러 “일부 신문의 경우 ‘이 나라가 군인을 홀대한다’ ‘군인들이 설 자리가 어디 있느냐’며 어떨 때 보면 은근히 군사쿠데타를 부추긴다”면서 “그러한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고 한탄했다.







by 감사합니다 | 2006/04/14 22:15 | 트랙백 | 덧글(0)
오늘밤열두시오분방송취소
☎ 손석희 / 진행 :
강금실 前 법무장관이 어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는데요. 강 前 장관은 경계 허물기를 화두로 제시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서로의 이해와 소통을 가로막는 모든 경계를 허물겠다,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또 오늘 새벽에 새롭게 나온 소식은 당초 오늘밤에 백분 토론에 참여하기로 돼 있다는 것을 前격 취소했다는 소식도 나와 있습니다. 본인으로부터 직접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금실 前 장관을 연결했습니다. 여보세요!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예, 안녕하셨어요?

☎ 손석희 / 진행 :
안녕하십니까? 출마선언 하신 이후에 라디오 인터뷰, 본격적인 인터뷰는 지금 처음인데요.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예, 처음입니다.

☎ 손석희 / 진행 :
우선 두 가지의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에 조금 당혹스러운 소식도 있는 것 같습니다. 출마 선언은 이미 알려진 바 그대로고, 또 하나는 오늘밤에 백분 토론에 출연하기로 했던 것을 철회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출연하지 않기로 한 것은 지금 확고한 겁니까?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지금으로서는 안 하는 게 좋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왜 그렇게 판단하셨는지요?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우선 MBC 방송 측에서 초청해주신 것에 대해서 굉장히 감사드고요. 어제 저희가 선거법을 검토해봤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지지도 1위인 후보에 대한 초청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지만 제가 출마선언하면서 정치공세, 정치 그만하자고 선언을 했는데 초기부터 정치공세하는 것에 대해서 1위인 후보자로서 넓은 포용력으로 양보를 하고 좀 그런 공세가 계속되지 안도록 예방도 하는 그런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양보하는 마음으로 포기했습니다. 다만 MBC 측에 굉장히 죄송합니다. 지금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이런 논란을 제가 불러일으켜서 죄송합니다.

☎ 손석희 / 진행 :
그런데 제가 알기로 백분 토론 측이 강금실 前 장관 이후에 계속해서 야당 측의 후보들도 단독으로 초청을 해서 토론을 가질 예정이었던 걸로 알고 있고요. 또 실제로 지금까지도 방송사들은 그렇게 토론을 계속해왔습니다. 선거국면을 맞아서는. 야당 측도 이걸 잘 알고 있는데요. 다시 말해서 이번 문제제기가 정치적 공세가 아니냐, 이런 판단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성격이 정치적 공세라고 봅니다. 보지만, 뭐라고 그럴까요. 공세를 당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공세의 원인이 되는 부분을 양보함으로서 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경계의 의미가 있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글쎄요. 아마 MBC로서는 대단히 강한 유감표명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알겠습니다. 일단 그 얘기는 그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그렇게 결심하셨다고 하니까요. 원래 얘기로 돌아가서 해야될 것 같은데요. 출마선언을 일부러 늦췄던 게 아니냐. 그래서 좀 본인의 가치를 높였다, 이런 당내 예비후보 측의 비판도 있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주시겠습니까?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글쎄, 제 경우가 너무 그렇게 관심을 끌었던 이유가 아닌가 싶긴 한데요. 개인으로서는 출마선언이 빠른 감이 있습니다. 좀더 많은 준비가 된 다음에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데요. 이제 앞으로 예비자 후보기간이 한달 반정도 되니까 그동안 4월 말쯤 번호가 결정된다면 보다 더 구체적인 정책들, 준비하면서 내놓을 생각입니다. 준비기간이 저로서는 굉장히 짧았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그러면 구체적인 정책이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지금 100% 준비가 안 되셨다는 그런 말씀인가요?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그러니까 지금 가닥은 다 잡고 있고요. 공약으로 제시하려면 매니페스토 문제라거나 여러 가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가에 대한 충분한 점검이 필요하죠. 그래서 저는 이번 선거에서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것은 당선을 목적으로 어떤 모든지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하는 행위들, 어제와 같은, 뭐 어제와 같은 야당의 공세도 그런 행태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런 것이라든가 당선을 목적으로 그냥 풍선 띄우기 같은 공약 제시, 이런 행동들은 하지 않고 싶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근본적인 질문 한 가지만 드리고 싶은데요. 제가 기억하기로 법무장관 시절에 국회에 불러나가셨을 때 의원들이 싸우고 걸 보고 코미디야, 코미디, 혼자 웃었던 그런 것이 뉴스가 된 적이 있습니다. 기억하시죠?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예.

☎ 손석희 / 진행 :
본인이 코미디라고 했던 정치에 왜 발을 들여놓으려고 하시는 걸까요?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글쎄, 코미디라고 웃은 만큼 저도 책임져야 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이 들고요. 우리가 정치를 국민들 모두가 현실 정치에 대해서 굉장히 식상해 하고 계신데 좀 나서서 바꿀 수 있다면 바꾸는 역할 할 필요도 있지 않느냐, 그리고 이번 선거나 시정을 통해서 당선이 된다면 그런 코미디가 아닌 정치도 가능하다는 것을 좀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는가, 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명예로운 것이 아닌가, 그렇게 판단을 했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최근에 여론조사를 보면 물론 강금실 前 장관에 대한 지지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거품이다 라는 얘기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거기에 대해서 그것이 서울시민에 대한 모독이다 라고까지 어제께 맞받아 치긴 하셨습니다만 보면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도는 굉장히 낮고요. 강 前 장관에 대한 지지도는 높고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우리당과의 일정한 거리 두기 얘기가 계속해서 나왔었거든요. 그래서 한쪽에서는 시민후보라는 그런 명칭까지도 나왔었는데 그건 다른 인터뷰를 보니까 본인이 시민후보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열린우리당의 후보다, 이렇게 얘기하셨더군요. 낮은 지지도를 배경으로 한 열린우리당과 함께 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 이런 건 없습니까?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두 가지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시민후보라는 표현은 시민들이 입장이 돼야 되는 것이지 후보 스스로 자처할 수 없다고 보고요. 또 한 가지는 저에게 쏠린 높은 지지도의 원인이 뭘까에 대해서 좀 깊은 이해가 필요 한 것 아닌가, 그것이 아까 말씀하신 것과 같은 코미디라고 웃고 싶은 정치에 대한 변화를 위한 기대치라면 그 기대치가 원하는 것은 아주 진실하고 원칙을 견제하는 정치를 바라시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저 역시 그 역할을 한다면 지금 당장 지지도가 낮다고 해서 우리당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기보다는 우리당에 입당해서 후보로 출마하는 한은 당의 후보다운 행동을 하는 것이 원칙에 맞다고 보는 거죠.

☎ 손석희 / 진행 :
이른바 원칙에 의한 전공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예.

☎ 손석희 / 진행 :
그렇다면 당의 낮은 지지도 때문에 손해보는 일이 있어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됩니까?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은 지지도가 낮다 하더라도 원칙에 맞는 정치, 진실에 부합한 정치를 보여주고 제시하면서 당의 지지도도 상승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조금 상충되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요. 당초에 선거에 나오실 때 내가 주도하는 선거, 그러니까 기존 정치와 달리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하는 선거를 치르겠다, 여기서 방점을 찍고 싶은 부분은 ‘내가 주도하는 선거’인데 강금실 前 장관께서 열린우리당과 함께 하면서 내가 주도하는 선거를 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그 현실여건이 제가 또 선거경험이 없으니까요. 쉽진 않지만 원칙을 지키면서 후보자의 전체적인 정치철학이나 정책, 또는 개성을 살리는 선거를 해야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제가 주도하는 선거이면서 정당선거를 치러야 되니까 그것이 말하자면 지금 선거과정에서도 제가 어제 출마선언하면서 말씀드린 서로의 직역에 따른 사람끼리 모여서도 경계 허물기를 하고 가까워져야 하는 것, 그런 과정이 지금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선거 전체가 그런 경계허물기를 실험해보고 우리가 과연 어디까지 그것이 가능한가를 같이 공유하는 그런 선거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네, 그런데 어제의 모양만 보더라도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상당히 극소수만 출마 선언하는 것에 참여를 했더군요. 한 너 댓 명 정도만 참여했던데 당에서 오히려 전략적으로 강금실 前 장관과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강금실 前 장관께서 당과의 거리 두기 때문에 조금만 참석해달라고 한 것인지 어느 쪽인가요?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당과의 거리 두기라는 표현은 맞지가 않고요. 저는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우리당 후보로 우리당의 후보다운 행동을 하는 것은 원칙이지만 제가 새로운 우리 당의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방향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기 때문에 두 가지를 다 이렇게 제가 하려다 보니까 이제 준비초기에서 선거팀을 짜는 과정에서도 그 두 가지 원칙을 다 반영하려다 보니까 저의 철학이나 성격을 더 많이 아는 분들도 많이 오게 된 거죠. 외부에서. 그래서 좀 새로운 우리당의 방향을 보여주는 선거를 치르고 싶은 것이죠.

☎ 손석희 / 진행 :
경선을 수용한다 라고 얘기를 한 바가 있는데요. 원칙적으로 보자면 강금실 前 장관께서 수용을 하든 안 하든 경선을 해야되는 그런 상황이 되겠죠. 이계안 예비후보가 또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이미 지도부에서 강 前 장관의 영입에 상당히 공을 들인 그런 상황인데 사실상의 전략공천이 아니냐, 따라서 경선을 치른다고 하지만 이게 경선 자체가, 그러니까 출발선부터 좀 불공정하게 시작이 된다, 이런 얘기를 이계안 후보 쪽에서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직접 들어보진 않았습니다만....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글쎄, 그런 얘기가 있다면 그건 조금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 가고요. 경선이 불공정하다는 얘기는 할 수 없을 것 같고요. 그리고 절차는 제가 정할 바는 아니지만 현실적인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해서 그에 적합한 경선 절차는 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요. 그리고 경선에 대해서 제가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어떤 저의 새로운 정치철학이 반영된, 우리 당이 변화하길 원하는 그런 쪽에 방향제시를 위한 선거이면서 또 우리 당의 후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원칙이나 진정성을 다 충족하면서 가려다 보니까 제가 상당히 쉽지 않은 준비를 해 나가야 되는 그런 것입니다.

☎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다른 질문으로 좀 바꿔보겠습니다. 출마선언 전에 선거를 치르면서 강금실이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허물어질까봐 고민중이다, 즉 내가 나인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겠느냐. 이게 걱정이다, 이런 요지의 발언을 하신 바가 있습니다. 혹시 경선 과정이라든가 아니면 선거 과정에서 어떤 본인의 약점이 들춰질 것을 염려한 그런 얘기였습니까?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약점의 문제라기보다는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새로운 정치가 코미디라고 웃지 않고 아, 정말 시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하네, 이런 형태를 제가 보여드려야 되는데 지금 말씀처럼 이렇게 정치공세도 심하고요. 법에 위반되냐, 안 되냐를 따지지 않고 정치공세가 심한 상황이고 우리당 지지도도 낮은 상황이고 선거를 하는 것에 매우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내가 그런 새로운 정치를 계속 일관되게 보여줄 수 있겠느냐, 상당히 어렵다고 봐요. 어렵다고 보지만 포기하기보다는 역할을 하자고 결심을 한 것이죠.

☎ 손석희 / 진행 :
바로 그 부분과 관련된 질문인데요. 한나라당에서 김재록씨와의 연관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에 한 두 차례 거기에 대한 해명 인터뷰를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어떤 경위로 만나게 됐는지 다시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저야 변호사를 했으니까요. 변호사로서 이제 많은 분들을 만나죠. 찾아오기도 하고. 그 분들 중에 한 분이시죠.

☎ 손석희 / 진행 :
그런데 한나라당 쪽에서 하는 얘기는 강 前 장관께서 대표로 있던 법무법인 ‘지평’이요. 이게 김재록씨의 아더앤더슨의 어떤 로비대상이라기보다는 동업자적 관계였다, 이렇게까지 얘기하고 있거든요.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웃음) 저는 좀 놀란 게 물론 공세는 심한 건 알지만 어느 정도는 어느 정도는 근거를 갖고 비난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너무 엉뚱한 말씀을 하시니까 좀 놀랐어요.

☎ 손석희 / 진행 :
그럼 한나라당에서 나중에 근거를 내놓을 수 있는가, 없는가를 좀 지켜봐야 되겠군요?

☎ 강금실 /前 법무장관 :
지금 벌써 별로 얘기가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건 이미 신문에 다 난 사실들을 다 엉터리로 얘기한 거라서...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 손석희 / 진행 :
그 부분은 저희가 한나라당 쪽에 다시 한번 확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네.

☎ 손석희 / 진행 :
그런데 사실은 김재록씨가 예사로운 인물은 아니고요. 이렇게까지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이쪽 재경부라든가 금융계통에 있던 사람들은 이 사람이 예사로운 인물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텐데, 더구나 강 후보께서 대표로 있던 ‘지평’의 업무 수주하고 관련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김재록씨와의 만남이라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껴지진 않으셨는지요?

☎ 강금실 /前 법무장관 :
그 당시에는 컨설팅 업체를 하는 사장이셨고 그 분의 신뢰도를 불신하는 상황은 아니었고요 전체적인 비즈니스... 저희 로펌이라는 데는 여러 가지 다양한 금융, 증권, 이런 일들을 하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제가 그 분이 우리 사무실 발전에 미친 영향이 없습니다. 전혀. 그런 식으로 무슨 관계를 맺고 사건 많이 한 것처럼 비리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곤란합니다.

☎ 손석희 / 진행 :
그런데 한나라당이 김재록씨와 그 ‘지평’이 관계 있는 것을 증명해야되는 것처럼 강금실 前 장관께서도 ‘지평’과 김재록씨가 관계없다는 것을 역시 증명해주셔야 되는 부담은 있네요?

☎ 강금실 /前 법무장관 :
그런데 ‘지평’이라는 곳이 제 개인 사업체가 아니고 5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공동으로 활동하고 일을 하는 곳인데 이 문제는 ‘지평’의 문제가 되는 것이죠. ‘지평’의 입장에서 함부로 말하자면 변호사로서는 비밀유지의무도 있고요. 그래서 함부로 함부로 대응하고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말하자면 저에 대한 공격은 좋지만 자꾸 ‘지평’과 연관시키면 ‘지평’이라는 하나의 변호사법인에 대한 공격이 되기 때문에 상당히 저로서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 손석희 / 진행 :
한나라당의 박진 의원 같은 경우에는요. 박진 의원은 역시 서울시장 예비후보이기도 합니다. 당내에서는. ‘지평’의 수임료 내역을 밝혀라,

☎ 강금실 /前 법무장관 :
그런 게 상당히 곤란한 얘긴 것이죠.

☎ 손석희 / 진행 :
아까 말씀하신 그 이유 때문에 곤란하다는 말씀이신가요?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그렇죠. ‘지평’의 입장에서 저는 이미 퇴직한 사람이고요.

☎ 손석희 / 진행 :
그러나 ‘지평’과 전혀 관련 없는 분이라고 하긴 어렵지 않나요?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저요?

☎ 손석희 / 진행 :
예.

☎ 강금실 /前 법무장관 :
그런데 ‘지평’의 입장에서 또 상당히 처음에 이런 정치공세가 있으니까 6년 동안의 세무자료를 다 공개하자는 논의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은 ‘지평’의 입장에서는 고객에 대한 신뢰를 배반하는 행위가 된다는 거죠.

☎ 손석희 / 진행 :
그럼 김재록씨와 관련돼 있는 부분만 공개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 강금실 /前 법무장관 :
그건 제가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죠.

☎ 손석희 / 진행 :
‘지평’ 쪽에 동의가 있어야 되는 문제인가요?

☎ 강금실 / 前거 법무장관 :
‘지평’ 쪽의 동의가 있어야 하거니와 김재록씨 때문에 사건을 해서 수익을 올렸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그 부분은 얘기가 더 나오는 대로 혹시 기회가 있다면 저희들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홍준표 의원의 경우에 이건 다른 얘긴데요. 지난번에 수도이전에 찬성하신 것, 이것은 어제께 기자회견에서도 잠깐 입장 표명이 있으셨습니다만 차라리 공주 연기시장으로 출마하는 것이 어떠냐, 이런 얘기를 저희 시선집중에서 반 농삼아 하신 바가 있습니다. 홍준표 의원이. 수도이전에 대한 입장, 이걸 간략하게 다시 한번 입장을 밝혀주시겠습니다만 왜냐 하면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셨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어차피 공론화 되는 그 과정 속에 있단 말이죠.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부분은 수도는 그것을 있고 행정부처 일부를 가야 하니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합헌 결정이 난 것이고요. 위헌 결정이 난 부분은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라서 제가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은 맞는데 이 궁극적으로는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통과한 법안이거든요. 그리고 그 당시에 여야 합의로 절차를 거쳐서 통과한 부분이기 때문에 제가 그때 바로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한 것인데요. 그렇게 된 이상은 표결에 찬성을 했던, 반대를 했던 간에 한 두 개의, 두 정당이 모여서 합의해서 통과시킨 법안이라면 그에 대해서 국회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내가 표결에 참석했냐, 안 했냐를 떠나서 같이 책임져야 된다는 것이죠. 제가 그 법안에 대해서 찬성한 건 아니지만 국무회의에 참가한 이상은 책임져야하듯이, 너무 그런 뭐랄까. 책임의 문제, 또 법으로 우리가 인정하고 인식해야되는 문제를 너무 무시하고 그렇게 상대방의 약점 잡아내듯이 그런 걸 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다른 질문인데요. 이명박 시장의 경우에 청계천이라든가 버스노선 조정이라든가 쉽지 않은 일을 해놨다고 해서 뭐랄까요. 업무추진력에 또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그런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 부분은 인정을 하시나요?

☎ 강금실 /前 법무장관 :
네.

☎ 손석희 / 진행 :
그런데 강 후보에 대해서, 저니까 강 前 장관에 대해서는 어떤 시정에 대한 전문성이라든가 추진력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반론이 있으십니까?

☎ 강금실 /前 법무장관 :
제가 쭉 그 얘기들을 지켜봤는데 저는 좀 이의가 있죠. 왜 하필이면 저에 대해서만 그런 문제제기를 할까, 그런 관점에서 되짚어봐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다른 후보 누구에게서도 추진력이 떨어진다거나 능력이 안 된다는 평이 나오진 않고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 손석희 / 진행 :
그건 다시 말해서 여성이라는 것에 대한 편견, 이런 것에 대한 반론이십니까?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저는 일반적으로 깔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저를 자처할 수 없는 거지만 13년 동안 판사생활을 했고요. 6년 동안 로펌에 있었고 대표로서 경영자 역할을 해왔고요. 또 1년 반 가까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사를 지휘 감독한 사람인데 이런 경력이 남자였을 경우에는 과연 어떤 평가가 나왔을까 그렇게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제가 쭉 봤어요. 왜 이런 얘기들이 나올까 쭉 봤는데 달리 설명할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예, 알겠습니다. 이제 출마선언을 하셨기 때문에 경선 과정을 거치든 또 나중에 본선에 가셔서든 검증의 기회는 또 있으리라고 봅니다. 기회가 되는 대로 다시 검증의 기회를 갖겠고,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웃음)

☎ 손석희 / 진행 :
강 前 장관께서도 응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 강금실 / 前 법무장관 :
네 고맙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강금실 前 법무장관이었습니다
by 감사합니다 | 2006/04/06 12:23 | 트랙백 | 덧글(1)
복구합니다.
My Life, Family, Business & Friends
yjlee00.egloos.com미국 소설 읽기

작년에 영어쓰는 사람이 쓴 책은 원서로 본다고 스스로 맹세한 바 있다.

그 이후로 지금보는 angles & demons가 3권째이다. 첫번째는 harry potter 6th - the half blood prince로 읽는데, 무려 3개월이나 걸렸다. 두번째는 dan brown의 da vince code로 17일만에 다 봤다. angles & demons는 지금 거의 한달째 잡고 있는데, 이제 절반 봤다.

해가 바뀌면서 주변에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아지니 진도 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영어 실력은 점점 늘어가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해리포터 처음 볼 때에 비하면 책 읽기가 많이 편해진 것을 느낀다.
☆ by 정우아빠 | 2006-01-13 04:29 | 나의 영어 이야기 | 관련글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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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민수 at 2006-01-13 16:23
대단하시군요. 예전에 영어공부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영어로 된 소설은 보지않았습니다. 빨리 보고 싶은 조급함에 그리고 게으름에 원어의 맛은 못보고 있네요. 천천히 살아야지...
Commented by 정우아빠 at 2006-01-13 16:25
그렇게 보고 외워도 모르는 단어 천지입니다. 다행히 전자사전이 있어서 삽니다...ㅋㅋ
by 감사합니다 | 2006/01/13 16:41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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